5일 매일경제신문이 4개 이상의 상장사를 계열사로 보유한 20개 그룹의 202개 상장사 사업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삼성그룹에 속한 18개 상장사의 회계감사 보수 평균은 시간당 9만3000원이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제일모직이 16만7000원으로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조사 대상인 202개 상장사 중에서 가장 높았다. 제일모직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은 분기마다 재무제표를 검토하고 별도·연결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하는 데 총 5980시간을 투입한 대가로 10억원의 감사보수를 받았다. 제일모직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13년(11만6000원)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늘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상장을 앞둔 기업의 지정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허술하게 감사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주주들에게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꼼꼼히 감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지정감사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다른 감사보다 30~50% 정도 비싼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조사 대상인 20개 그룹 중에서 감사보수가 가장 낮았다. 시간당 5만7000원으로 삼성그룹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한진그룹의 지주사가 될 한진칼은 시간당 감사보수가 4만원에 불과했다. 효성그룹은 시간당 6만5000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만7000원 수준에 머물렀다.
202개 상장사 중 감사보수가 가장 낮은 곳은 한솔PNS(3만9000원)로 4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빅4'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손익분기점은 시간당 6만~8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원가의 50%만 받고 회계감사를 해준 셈이다.
회계감사 보수가 낮아지면 회계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회계감사를 맡은 일선 회계사들이 받는 연봉 수준은 감사 시간과 무관하게 정해져 있다. 저가 수주를 할 경우 회계법인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회계사들에게 더 많은 업무를 맡겨야 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당장 피해를 보는 건 일선 회계사들이지만 우수 인재들이 회계감사 업무를 기피하게 돼 결국 회계법인과 기업들이 곤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솔PNS의 감사보수가 이처럼 낮게 형성된 것은 상장사와 회계감사법인 모두에 책임이 있다. 2011~2013년 한솔PNS 감사는 안진이 맡았는데 감사 계약기간이 끝나자 한솔PNS는 감사법인을 삼정으로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보수는 총 7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줄었고, 감사 시간은 1103시간에서 1529시간으로 늘어났다. 시간당 감사보수는 6만3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38%나 급감했다.
한솔PNS가 감사인 교체 과정에서 회계법인들을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보통 새로 감사를 맡으면 해당 기업 감사가 익숙지 않아 기존보다 감사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그럼에도 삼정회계법인은 한솔PNS 감사계약을 따내는 데 급급해 총감사보수를 낮추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영균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시간당 감사보수가 낮으면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전문성이 낮은 인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감사 품질이 저하돼 나중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솔PNS뿐만 아니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감사인 교체 과정에서 감사보수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 삼일에서 삼정으로 회계법인을 교체하면서 감사보
한편 자산규모 100대 일반기업의 시간당 회계감사 보수는 2007년 8만8000원에서 2014년 7만5000원으로 7년 사이에 15% 감소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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