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가치주 펀드 설정액 규모는 지난 12일 기준 10조5782억원으로 연초 이후 1059억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들어 기준일까지 877억원이 빠져나갔고, 앞서 지난 2월에도 522억원이 이탈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월간 단위로 한번도 빠짐없이 설정액이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가치주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것은 눈길을 끈다.
특히 'KB밸류포커스'(-1336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453억원) '신영마라톤'(-401억원) 등 운용 이력이 5년 이상 오래된 주요 자산운용사의 간판급 대형 가치주 펀드에서 올해 들어 자금 이탈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KB밸류포커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규모 자금 이탈이 시작됐지만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나 신영마라톤은 올해 들어 자금 이탈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는 주요 가치주 펀드들이 지난 3년 동안 평균 약 30%, 5년 동안 50% 이상 높은 이익을 낸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수익률이 다소 둔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연간 수십 %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KB밸류포커스 펀드는 2011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10%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지난해부터 자금 이탈이 본격화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반에도 성과가 부진한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에서도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한 '메리츠코리아'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등 신형 가치주 펀드에는 올해 들어 각각 500억원과 5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설정액이 증가했다. 이들 펀드는 전통적 관점에서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하기보다는 밸류에이션과 별개로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을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정체된 국면에서 운용 규모가 큰 것보다 작은 펀드가 수익률이 낫다고 판단한 스마트 머니들이 일부 움직이고 있다"며 "다만 추세적인 이동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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