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월 9일(16:2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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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단기물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장기물은 투자수요가 거의 없어 반쪽짜리 성공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중공업의 장기적인 경영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9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중공업은 3년물 2000억원과 5년물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입찰 결과 3년물은 기관투자자 27곳이 총 7400억원을 청약해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5년물 수요예측 결과는 3년물과 온도 차가 컸다. 기관투자자 1곳이 200억원을 청약하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결국 수요 부족으로 5년물 발행을 취소했다. 대신 투자수요가 많았던 3년물 발행량을 2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앞서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 회사채 흥행 실패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신용등급이 AA급으로 우량물에 속하는 데다 '삼성그룹 계열사 프리미엄'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장기물이 수요 부족으로 발행 취소까지 가자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들은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장기채를 선호하는 분위기"이라며 "이번 삼성중공업 사례처럼 장기물 수요가 부족해 단기물을 증액 발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조선업황 침체로 투자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삼성중공업은 투자자를 잡기 위한 유인책도 제시했다. 수요예측 전 공모 희망금리를 A+급까지 높인 수준으로 제시했다. 공모 희망금리가 높을수록 기업이 채권 가격을 낮게 제시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관투자자들이 추가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파격적인 금리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투자자들이 장기물 투자를 외면한 이유는 그만큼 미래 조선업황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에 실패한 이후 삼성그룹이 두 회사에 대한 추가적인 구조 개편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신용등급이 중장기적인 하락세를 거듭할 수 있다는 점도 기관들이 장기 투자를 꺼린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대부분 삼성중공업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Negative)'에 올려놓고 있다. 신평사들이 회사채 신용등급을 네거티브에 올리면 3~6개월 후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많다.
앞으로 조선업황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삼성중공업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저문가들 시각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해외 사업장 손실을 대규모로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8년 만에 최저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12조8791억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13% 줄었다. 영업이익(1830억원)과 당기순이익(1473억원)은 각각 전년 대비 80%와 76% 급감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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