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월 3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막판까지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와 접전을 벌였던 파인스트리트그룹의 향후 행보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3년말 옛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올해초 현대증권 인수전까지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 단골 인수후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파인스트리트가 연내 매각이 추진되는 KDB대우증권의 주요 인수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한 국내 증권사 임원은 "비록 두 차례 대형 증권사 인수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대형 증권사 인수의 주요 후보군으로 봐야할 것 같다"며 "그동안 대형 증권사 인수전에만 뛰어든 것을 보면 증권사 인수를 통해 직접 운영할 생각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파인스트리트는 세계 5대 사모투자펀드(PEF)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를 주요 투자자로 유치하며 당초 오릭스가 유력할 것이란 전망을 뒤집기도 했다. 특히 양측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1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가격차이가 수백억원에 그친데다 인수구조 등이 비슷해 막판까지 매각측인 산업은행과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대상 선정을 두고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측 관계자는 "오릭스가 인수가격을 조금 높게 쓴 점을 제외하고는 인수구조 등은 유사했다"며 "파인스트리트의 현대증권 인수의지 역시 강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시각에 대해 조건호 파인스트리트그룹 회장은 대우증권 등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수개월간 전력을 다해 준비했었다"며 "현 상황에서 대우증권 등 다른 증권사 인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모두 파인스트리트가 생각하는 한국형 투자은행(IB)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증권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라며 "대우증권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모델인지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을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 최고위직에 올랐던 조건호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능력은 입증됐다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국내 증권사 인수에 글로벌 사모펀드가 관심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리먼브러더스 부회장과 글로벌 헤지펀드 밀레니엄파트너스 아시아 회장을 지냈다.
IB 관계자는 "조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아폴로를 투자자로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폴로 측이 사모펀드가 아닌 자기자본(PI)을 통해 현대증권 인수자금을 부담한 점은 투자의지가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인스트리트가 국내에서 이렇다할 투자경험(트랙 레코드)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또한 자금조달능력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글로벌 사모펀드 관계자는 "파인스트리트의 주장과 달리 아폴로가 정말 현대증권 인수전에 투자의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국내 기관투자자의 마음을 얻어야하는데 그런 측면 역시 여전히 취약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봉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