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가뜩이나 위축된 파생상품 시장이 이번 개정안 때문에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받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지난 2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장내파생상품 가운데 코스피200 선물·옵션과 해외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2016년부터 10% 세율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기재부는 양도소득세율을 법률에 규정된 20%로 시간을 두고 인상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파생상품 거래가 또 다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때 전세계 주요 파생상품 시장 가운데 1위였던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이미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 인상 등의 조치가 취해진 후 지난해 9위까지 밀린 상태다.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에 대해 KDB대우증권은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거래량 감소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도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관은 법인세, 외국인은 조세특례법에 따라 양도세 회피가 가능해 개인에게만 과세가 집중되고,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는 개인의 거래 감소로 외국인의 거래 역시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매매의 상당부분이 현물과 선물거래가 동시에 일어나는데 선물거래가 줄면 현물거래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며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로 수백억원의 세금이 들어와도 현물거래에서 분명 세금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파생상품 양도세 과세시 예상되는 세수 효과가 연간 368~48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양도세 도입시 투자자 형태에 변화가 없다는 가정 하에 계산된 수치로 거래량이 감소하면 세수 역시 감소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파생상품에 거래세가 아닌 양도세가 부과되는 데 대해 안도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두 과세 방식 모두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같지만 거래세에 비해 양도세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제 개편의 가장 큰 의미는 자본시장에 양도차익 과세를 도입한 것”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어떤 국가도 주식과 파생상품의 과세 체계가 다른 곳은 없기 때문에 조만간 주식시장에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04년 정부가 법안을 들고 나와 과세 논의를 구체했을 때부터다. 그 이후 과세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국회 통과가 무산돼 왔다.
[매경닷컴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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