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보인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펀드에 수조원의 돈이 몰리고 있다. 공모주 10% 우선배정권이란 장점을 내세워 올 한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훔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얘기다.
2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는 공모와 사모를 합쳐 2조558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4월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가 처음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8개월여만에 2조원이 훌쩍 넘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연초대비 약 2조8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올 한해 큰 인기를 누린 이유는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 제일모직 등 공모주 대어들이 차례로 증시에 입성한 것과 무관치 않다. 수백대 1이란 청약경쟁률 속에 '하늘의 별따기' 만큼 공모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모주 10% 우선배정권이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는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총자산 대비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전체 투자자산의 30% 이상은 신용등급 BBB+ 이하의 채권과 코넥스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BBB등급 회사채에는 투자하기를 꺼리는 투자자들의 성향 탓에 초반에는 외면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분리과세 뿐 아니라 공모주 10% 우선 배정이란 당근을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끼워넣었고, 곧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부 조혁준 연구원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정확히 말하면 공모주 펀드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물량 확보가 어려운 공모주 시장에서 신규 공모물량의 10%를 우선 배정하는 것이 큰 장점으로 부각돼 공모주 열기와 맞물려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SDS 상장 이후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일반 공모주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내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일례로 흥국자산운용의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채권혼합)A는 삼성SDS 상장 당일 3.3%의 수익을 냈다. 같은 날 일반 공모주 펀드는 담고 있는 물량이 적다보니 1%대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채권혼합)A는 지난 4월 설정된 이후 수익률은 10%대로 껑충 뛰어 올랐다.
삼성SDS에 이어 제일모직 역시 공모주 돌풍을 일으키며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힘을 더욱 실어주었다.
내년 전망도 밝다. 최근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돼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운영이 1년 연장됐기 때문이다. 본래 분리
조 연구원은 "내년에도 대어급 공모주가 꽤 예정돼 있어 당분간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