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매일경제가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202개 코스피 상장사 중 연초 이후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보다 큰 기업을 조사한 결과 우리금융, 한국전력, 한미사이언스, 현대리바트, 삼성생명, LG이노텍, 메리츠종금증권 등 52개사가 이 조건을 만족했다.
경기침체로 연간 이익이 늘어나는 경우도 드문 상황에서 3분기 만에 작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을 달성한 기업들은 올해 주가도 대부분 순탄한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해당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2곳 가운데 45곳의 주가가 오른 것이다. 상승 수치는 평균 43.83%. 해당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마이너스 2.4%로 지지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현대리바트(가구·176.0%) 메리츠종금증권(증권·137.7%) CJ대한통운(운송·95.0%) 현대하이스코(철강·111.1%)는 연초 이후 50%가 넘는 고수익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익이 늘어난 기업을 선별하는 것은 안전한 주식투자 요령이지만 실적 호조가 △기업 펀더멘털이 좋아졌기 때문인지 △경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인지 △지난해 실적이 저조해 올해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건설·건자재는 정부 부양 효과로 업황 자체가 돌아선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리바트는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른 인테리어와 가구업체와 함께 올해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28억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321억원으로 2.5배(150%) 늘어났고, 내수 건설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한샘, LG하우시스 등과 더불어 수혜주로 부상해 주가는 176% 뛰었다. 남성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대리바트는 건설 시공단계에서 완비되는 빌트인(built-in) 가정용 가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업 구조상 경기를 더 탄다”면서 “가정용 가구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3분기 실적이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작년 2분기부터 시작된 성장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사이클 회복에 기댄 것이 아니라 업황 부진 속에서 ‘나홀로 성과’를 거둔 실적 우등주도 많았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성장성 둔화와 LED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애플 아이폰과 LG전자 G3의 견조한 판매, 조명용 LED 수익성 개선 덕분에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황이 지금보다도 나빠질 것이란 전망에 주가가 지난달 말부터 속절없이 추락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조정이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규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사업부문에 걸친 고른 실적을 볼 때 주가가 고점보다 30%
메리츠종금증권도 침체된 증권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종합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부실채권(NPL) 등 기업금융 분야에서 견고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데다 점포 통폐합으로 리테일 실적도 개선되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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