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위원회는 오후 전체회의(사진)를 열어 임영록 KB회장에 대해 출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직무정지 3개월(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는 금융감독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의 중징계 보다 한 단계 상향된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임 회장은 오늘 오후 6시부터 3개월간 KB금융 회장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은행 전산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은폐했고, 국민은행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금감원의 주장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 소명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제재조치안 상향 이유에 대해 금융위는 "주 전산기 교체에 대해 직무상 감독의무 등을 태만히 했고 특히, 주전산기 교체사업에 관한 이사회 보고자료 등이 허위로 작성되는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임 회장은) KB그룹 전체의 경영 건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과 고객자산의 안정적관리를 저해하는 등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높아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제재조치안 의결 직후 "이번 KB금융사태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내부통제가 조직문화로 자리잡지 못할 경우 금융에서 생명과도 같은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관련된 위법행위에 대해 금감원장이 검찰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말했다.
금융위 위원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가운데)과 최수현 금감원장을 포함해 금융위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금융위 상임위원(2명), 금융위 비상임위원 등 총 9명이다. 징계 수위는 재적 위원 과반이 출석, 출석위원 과반이 찬성하면 확정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가장 높은 단계인 해임권고를 비롯해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다섯 단계로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에 속한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향후 4년간 금융권의 임원이나 준법감시인 등에 선임될 수 없다. 그 이후에도 불명예 딱지가 계속 따라 붙어 사실상 금융인으로서는 사형 선고를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임영록 KB회장은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부실과 내부통제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험난한 과정들이 예상 되지만 그렇다고 대충 타협하고 말 일은 아니다"며 "KB금융과 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KB금융은 또 한번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싸일 전망이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KB금융의 경영리스크가 해소될 때 까지 금융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 합동 비상대응팀을 구축하고 KB금융과 국민은행
KB금융 사외이사들도 긴급 이사회를 갖고 임 회장의 직무대행으로 윤웅원 부사장을 지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금융위 제재 수위가 예상치 못한 결과여서 아직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사외이사들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