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06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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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달아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SK㈜와 삼성토탈이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서로 다른 '대접'을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은 뜨거운 환영을 받았지만 SK는 냉대를 받은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과 '금리'였다.
우선 이달 8일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삼성토탈(신용등급 AA)은 지난달 31일 실시한 수요예측에 총 7900억원에 달하는 주문이 몰리는 '대박'이 터졌다.
3년물, 5년물, 7년물 각각 1000억원, 1500억원, 500억원 규모로 투자자 모집을 실시한 결과, 3년물과 7년물에는 각각 3400억원과 2200억원의 주문이, 5년물에도 2300억원이 주문이 들어왔다. 모집액이 적지 않았음에도 크게 흥행한 것이다. 이에 발행액마저 기존 3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5일 25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한 SK㈜(신용등급 AA+)는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5년물은 당초 1000억원 어치 발행이 목표였으나 800억원 어치만 발행하기로 했고, 7년물은 발행액을 당초 목표였던 1500억원에서 200억원 늘린 1700억원으로 조정했다. 지난달 29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5년물에 대한 기관들의 투자 주문이 '미달'된 탓이다. 6개 기관이 1100억원을 신청하는 데 그쳤고, 그 중 유효수요 범위에 들어온 주문액도 고작 600억원 밖에 되지 않았다.
SK㈜와 삼성토탈은 둘다 AA급 초우량 발행사라는 점과 SK㈜는 두 달 만에, 삼성토탈은 5개월 만에 또 다시 회사채 시장에 나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대접은 정반대로 달랐다. 삼성은 기관투자가들의 달라진 기류와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뜨거운 환영을 받은 반면, SK는 이를 읽지 못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결정적인 원인은 '금리'였다. 최근 급격히 낮아진 국고채 금리 때문에 투자자들의 절대금리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 까닭이다. SK는 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어쩌면 파악했음에도 두 달 전과 동일한 희망금리를 제시하는 우(?)를 범했다.
SK㈜가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에 제시한 5년물의 공모희망금리 밴드는 '5년물 회사채 수익률에 -0.18%포인트~0.02%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다. 당시 SK㈜의 5년물 회사채 수익률이 2.96%임을 감안하면 밴드상단에서 금리가 결정된다 해도 3%가 채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SK㈜는 지난 5월에도 동일한 공모희망금리 밴드를 제시했지만 당시 SK㈜의 5년물 회사채 수익률이 3%를 웃돌아 가산금리가 '-0.04%포인트'로 결정됐음에도 최종금리는 3.185%였다. 두 달 사이 국고채를 비롯한 SK㈜의 금리가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져 상황이 달라진 탓이다.
반면 삼성토탈이 이번 수요예측에서 제시한 공모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 수익률에 '-0.15%포인트~0.05%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로, 지난 2월 발행 당시 금리밴드인 '-0.17%포인트~0.03%포인트' 보다 근소하게 높다. 5개월 전 발행 때보다 기준금리가 내련 간 것을 감안, 희망금리를 다소 높여 제시해 투자자들 호응을 얻은 것이다.
SK㈜와 삼성토탈 사례는 'AA급' 초우량 회사채라고 해서 무조건 흥행을 한다기 보다는 어느정도 수준의 금리는 맞춰줘야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롯데케미칼 회사채와 같이 일본계 투자자들이 확보돼 있지 않다면 무조건 저금리에 찍어 누르는 방식의 발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뒤부터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이라는 것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 초우량 발행사라해도 무조건 낮은 금리만 고집한다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 좋은 조건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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