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얼마 전 2000만원 수준의 자동차 구입에 앞두고 어떤 금융상품이 가장 유리한지를 알아보던 중, 차 딜러의 추천으로 복합금융상품을 알게 됐다.
현금이나 오토론, 카드결제에 비해 금리는 낮으면서 일부 캐쉬백까지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결정을 하려는 찰나, 딜러가 제시한 금리표를 보니 자신의 신용등급에 비해 금리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딜러가 몇 개의 옵션을 무상으로 제공해준다며 결제를 유도했지만, 이미 금리 차이를 알아버린 김씨는 왠지 다른 대리점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최근 여신업계는 물론 자동차제조업계(이하 완성차업계)까지 ‘복합할부금융’이라는 용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완성차업계가 카드사들을 겨냥해 ‘봉이 김선달식 영업’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이슈가 워낙 뜨겁게 진행되다 보니 지난달 공청회가 열린데 이어, 최근에는 자동차산업협회가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 상품 폐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할부금융, 신용카드 결제랑 뭐가 다른가요
자동차 구매 시 결제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현금, 신용카드, 할부금융, 그리고 복합할부다.
2010년에 생긴 ‘복합할부금융’이란 상품은 일반인이 자동차를 구매 시 캐피탈사의 할부를 이용하는 중간 과정에 카드사가 연결되는 상품이다. 간단히 말해 소비자가 자동차 대리점에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면 해당 결제액을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고,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구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과 별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상품구조를 들여다보면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부터 생긴다. 고객의 카드결제금액을 할부사가 고객 대신 카드사에 납입하고, 고객은 캐피털사에 할부금을 납부하면서 ‘가맹점 수수료’라는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좀 더 간소화해서 말하자면 ‘소비자->캐피털사->자동차제조사’라는 일반 할부 구조에 카드사가 추가되어 ‘소비자->캐피털사->카드사->자동차제조사’라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는 소비자에게는 별다른 영향은 없어 보인다.
쑥쑥 커온 복합할부금융 시장, 실제 영향은 어디로?
2010년 첫 선을 보인 복합할부금융은 그해 8654억원에 이어 2011년 1조1994억원, 2012년 3조 1982억원에 이어 2013년에는 4조5906억원으로 430.5%라는 폭풍성장을 해왔다. 이는 일시적인 카드사의 프로모션이나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가능한 영업 실적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이만큼 선택을 했다고 봐야한다.
복합금융상품은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 1.9% 중 절반을 제휴 캐피털사를 통해 포인트나 캐쉬백 형태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당장 일반 할부금융상품보다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낮아지는 효과이기 때문에 이용 고객이 급증했던 것.
소비자는 금리 인하 혹은 캐쉬백, 카드사는 매출확대 및 회원확보, 캐피털사는 가맹점 수수료 이익 발생하는데다가 자동차영업사원마저 일반 오토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1.0% 많은 인센티브를 받게 되니 ‘1석4조’의 힘을 발휘하는 상품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곪은 부분은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복합할부거래로 생겨난 가맹점 수수료가 완성차업계에 부담스런 정도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완성차업계는 이 비용이 고스란히 카드사 및 캐피탈사의 수익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차의 경우 복합할부금융으로 2010년 이후 4년 간 총 1872억원을 부담했다.
‘봉이 김선달식 영업’이라는 지적도 이 부분에서 나온다. 완성차업계의 가맹점 수수료로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이득을 챙김은 물론 소비자에게 금리 할인 및 캐쉬백 등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완성차업계 뿐만 아니라 수입차 딜러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금융연구원에서 열린 ‘신용카드 연계 자동차금융(복합할부)의 적정성 검토 및 개선 방안’ 간담회에서 한국GM 공식딜러인 삼화모터스 지동현 사장은 “카드결제비중이 30%인 시기에는 어느 정도 수익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가맹점수수료 급증으로 현재 생존의 기로에 있다”며 “카드결제비중은 2013년 50%를 넘어섰고, 65%를 초과한다면 적자로 전환해 작년 삼성카드와 신한카드에 가맹점수수료 하향조정을 요청한 바 있으나 회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에 결국 지난 16일 완성차업계는 자동차산업협회 차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이 상품의 폐지를 건의했을 정도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복합할부거래로 생긴 완성차업계의 가맹점 수수료는 연간 874억원(2013년 기준)으로 이는 고스란히 완성차업계가 부담하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저금리나 할인 등의 소비자 혜택이 감소하고 자동차 판매비용에 영향을 미처 소비자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이미 자동차 영업사원 인센티브 지급률에 따라 복합할부상품 금리에 변동이 생기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금리할인 및 캐쉬백, 소비자에게 毒으로 되돌아올까
형평성과 관련된 부분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해당 수수료는 결국 전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때 복합할부를 이용하지 않은 소비자는 역차별을 당하게 된다는 것.
간담회 중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상명대 정지만 교수는 “복합할부의 소비자이익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는 단기 효과로, 과연 장기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인가 의문이 든다”며 “기업은 판매비용 증가 시 주주의 이익을 줄이거나, 다른 비용(노동자 임금, 부품단가)을 절감하거나 혹은 가격을 인상하는데 어떤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겠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런 경우 통상 기업이 선택하는 방법은 ‘가격인상’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영경 YMCA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 “할부금융 시장에서 경쟁이 발생하면 금리가 낮아질 수도 있고, 소비자 입장에선 더 낮은 금리를 선택할 수 있다”며 “원론적으로 선택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기된 대안들은 ▲현대차의 자동차할부시장 개방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해당 상품의 폐지 등이다.
이 외에도 소비자의 신용등급이 아닌 자동차영업사원에게 지원되는 리베이트에 따라 다른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정상화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 대책은 분명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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