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LS 발행 규모는 27조50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제까지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12년 상반기 발행액(25조9468억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코스피 박스권 장세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금이 이처럼 ELS로 몰리고 있지만, ELS 투자자들의 고심은 큰 상황이다.
연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형 ELS의 경우 최근 손실위험이 부각되면서 투자가 꺼려지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수형 ELS의 경우 말 그대로 원금만 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단순 종목형 ELS보단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지수형 ELS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진화된 형태의 ELS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개 내외 ELS에 분산 투자하는 자문형 ELS 랩어카운트가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에서 판매하는 이 상품은 가치투자로 잘 알려진 VIP투자자문에서 ELS의 기초자산 종목을 선정해주면 삼성증권에서 이를 토대로 운용하는 전형적인 자문형 랩어카운트다.
이 상품이 올해 들어 1000억원어치 넘게 팔리며 인기몰이 중인 종목형 ELS의 손실 위험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종목형 ELS는 기초자산 종목 주가가 3년 후 만기에 이를 때까지 최초 기준가격의 50~60% 아래로 내려가지만 않으면 연 두 자릿수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가 많다. 일반적으로 '설마 주가가 반 토막이 나겠나'라는 생각에 투자에 나서지만 투자 손실 사례는 적지 않은 편이다.
특히 2010~2011년 '차화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주)' 바람을 타고 발행됐던 종목형 ELS들은 이들 종목 대다수가 반 토막이 나면서 대거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5개 내외 ELS를 한데 묶은 만큼 1~2개 ELS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랩어카운트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종목과 지수를 동시에 기초자산으로 하는 혼합형 ELS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하면 수익성은 지수형에 비해 높고, 안정성은 단순 종목형에 비해 높다는 장점이 있어 종목형 ELS와 지수형 ELS의 장단점을 절충한 효과가 있다. 대우증권에서는 코스피200과 삼성중공업을 동시에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를 판매 중이다.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인 ELS도 선보이고 있다. 신영증권에서 출시한 '얼리버드 ELS'가 대표적인 예로 3년 만기까지 6개월마다 찾아오는 조기상환 기회 중 1, 2차에 조기상환되면 확정금리 연 6% 수익률에 3%포인트를 추가로 얹어준다. 또 조기상환 조건이 최초 기준가격의 95% 이상으로 다소 빡빡한 대다수 ELS와 달리 이 상품은 85%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투자자 처지에선 조기상환 기회가 넓어진 셈이다.
기초자산 수가 늘고 있는 점도 최근 ELS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 실제 올해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손실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기초자산 수를 늘리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다만 기초자산 수가 늘면 조기상환 가능성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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