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 모씨가 지난해 신용카드로 지출한 금액은 연간 340만원. 알뜰하기로 소문난 강씨가 '서브카드'로 긁은 액수다. 그런데 강씨는 최근 본인이 프리미엄 카드 신청 대상자라는 걸 알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연회비 10만~20만원만 내면 연회비에 상당하는 바우처를 주고 부가서비스 혜택도 많은 프리미엄 카드로 바꿀 생각"이라며 "나에게 프리미엄 카드가 발급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로 내세운 상품이 직장ㆍ직급 등 일정가입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카드'로 전락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가입 조건 때문이다. '신한 더 베스트 카드' 가입 조건은 20만원 조금 넘는 연회비에 전년 한 해 이용실적 300만원 이상이다. 한 달 25만원만 쓰면 신한카드 프리미엄 고객이 된다.
그런데 '더 베스트 카드'의 실제 월 평균 이용액은 220만원에 달한다. 한 달 50만원 넘게 쓰는 소비자는 특급 호텔 숙박권이나 여행패키지 상품 등 더 나은 바우처ㆍ기프트 등을 받을 수 있는 다른 프리미엄 카드 고객이 될 수 있다. 타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카드1'은 월 최소 이용액 50만원이지만 월 평균 이용액이 300만원이고, 'KB 미르카드'도 월 최소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프리미엄 카드 사용조건을 내걸어 프리미엄 고객과 일반 고객 모두를 기만하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강조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정보부터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