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가입자가 자살한 경우 보험사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보험사가 알고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이 업계 전체로 볼 때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9월 ING생명보험에 대한 종합검사를 벌여 재해·사망 관련 특약 가입 시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2~3배 많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준다는 약관과 달리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보험가입 2년이 지난 후에는 자살의 경우에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한 약관을 따르지 않고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90여건에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한 것이다. 당연히 줬어야 할 재해사망 보험금 약 150억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비단 ING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생보사가 동일한 약관을 사용했기 때문에 업계 전체적으로 볼 때 알고도 지급하지 않은 재해사망 보험금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기욱 금소연 보험국장은 "보험사가 약관대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알고도 숨긴 '기망행위'"라며 "민법상 청구권소멸시효 10년을 적용하면 ING생명만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ING생명의 시장점유율이 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체로 2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자살에 대해 약관대로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2~3배 높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자살을 방조하는 것이라며 당시 잘못된 약관을 바로 잡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살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늘게 되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다수의 피해자 발생도 우려된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관련 약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해·사망 관련 특약 가입 시)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약관을 두고 보험업계를 비롯해 학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며 "약관이 수정되기 전 가입자들에게 향후 어떻게 약관을 적용할지 금융위 등과 법률적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험사들은 관련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뒤늦게 인지, '약관 실수'라며 2010년 4월 자살의 경우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관을 수정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약관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조연행 금소연 대표는 "2010년 4월 이전에 판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07년 설사 약관에 오류가 있다고 해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한다고 판결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