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3월 20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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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시도가 증가 추세에 있다. 앞으로도 해당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 압력이 지속될 것이다."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같이 밝힌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S&P를 포함해 무디스와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국내 대기업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잇다르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앞장서서 한국 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신평사는 무디스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2월에만 KT와 LG전자,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11월에도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aa1(BBB+)에서 Baa2(BBB)로 내린 바 있다.
'예언'의 장본인 S&P도 이같은 움직임에서 예외가 아니다. S&P는 지난 18일 국제신용등급이 BBB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S&P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엔화 약세로 인한 경쟁 심화, 국내 소비 감소 등을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은 바 있다. 당시 발표를 맡았던 한상윤 S&P 이사는 "과거보다 낮아진 한국 기업의 신용도가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기업에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국제신용등급이 국내 등급보다 현저히 낮은 탓에 일각에서는 등급 인플레이션 논란도 존재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AA~AAA급의 초우량 기업들이 해외에서는 대부분 BBB급에 속해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같은 기업을 평가하지만 등급논리 자체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며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 기업들에게 소버린 리스크를 부여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소버린 리스크는 해당 기업의 국가적·지역적 요인과 관련된 위험을 뜻한다.
해외 신평사들의 이같은 신용등급 줄강등에도 불구 국내 시장 영향은 미미한 상황이다. 해당 기업들이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최선호 발행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KT는 자회사 대출사기와 정보유출 사태로 발행이 중단되긴 했지만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3100억원의 기관 자금을 끌어모았고 LG전자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역시 성공적으로 발행작업을 끝마쳤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등급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실제로 해당 기업의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훨씬 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신평사들이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강등 조처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S&P는 세계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은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해 향후 등급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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