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3월 3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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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들의 전환사채(CB) 인수에 잇달아 나서 주목된다. 증권사들이 원치 않는 출자로 부담을 진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었지만 일각에선 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매력적인 투자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유가증권시장 내에서 사모방식 CB발행을 결정한 기업은 모두 5곳이다. 이 가운데 현재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진행하고 있는 동부제철, 한라(건설), 한진해운의 CB발행에는 같은 증권사 5곳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지난 21일 125억 CB발행을 결정한 한진해운 딜에는 대우, 삼성, 우리, 미래에셋, 현대 등 5개 증권사가 25억원씩을 인수하며 100억 규모 한라 CB와 156억 규모 동부제철 CB에도 각각 동일한 비율로 인수에 나선다.
이같은 인수는 정부가 회사채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구성되기 시작한 회사채안정화펀드에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일정비율로 출자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들이 잇딴 소규모 CB를 발행하는 것은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기업이 신속인수제에 따라 회사채를 발행하면 기업의 자체 상환비율 20%를 제외한 80%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인수하고 금융투자업계(유관기관 4곳, 증권사 5곳)에서 이 인수채권 중 10%에 해당하는 자금을 회사채안정화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현재 KTB자산운용이 운영하는 이 펀드는 저금리 메자닌 구조로만 운영되며 유관기관과 증권사가 각각 50%씩 출자한다.
증권사들 일각에선 원치 않는 자금 출자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불만섞인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기업들이 잇달아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하면서 증권사들이 지속적으로 소규모 물량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그룹 규모의 기업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재무위기에 처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가능한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이같은 방식의 CB투자가 수익성 측면에서 오히려 매력적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주가-전환가액 간 차이에 따라 이자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수익과 안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며 "해당 기업들은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주가가 대부분 저점에 이른 것으로 평가돼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부제철(BBB-)은 전환가액(5000원)이 현 주가(3300원)에 비해 크게 높지만 CB 표면·만기이자율은 11%로 지난해 10월 발행한 회사채 금리(9.50%) 보다 높다. 사채만기일인 2017년 2월까지 주가가 5000원을 밑돌 경우 원금과 함께 높은 이자를 지급받는 셈이다. 반면 양쪽 가격이 6800~6900원대로 큰 차이가 없는 한진해운(BBB+) CB의 표면·만기이자율은 각각 5~6%, 한라(BBB)는 7~8% 수준이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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