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가시화한 것으로 인식되며 현대글로비스와 현대건설 등 관련주 주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14일 공시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와 합병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혀 계열사 간 합병 추진을 시인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72.5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현대엠코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5.06%), 현대글로비스(24.96%), 기아차ㆍ현대모비스(각각 19.99%),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10%)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번 합병에 대해 회사 측은 "시너지를 위한 단순한 사업 재편"이라고 지배구조 개편설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이 합병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합병건이 진행되자 증시 주변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이 같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현대차 지분이 거의 없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지배력을 높이는 게 지배구조 개편의 관건이다. 현재 정 부회장이 지분을 들고 있는 계열사는 현대엠코 외에 현대글로비스(31.88%), 기아차(1.75%), 이노션(40.00%) 등이 있다.
시장에서 돌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의선 부회장이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와 비상장사인 이노션ㆍ현대엠코 등 보유 지분을 매각해 '실탄'을 마련한 뒤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은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제철 지분과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교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정의선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들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현 6.96%+현대제철 보유분 5.66%)과 현대차 주식(5.17%)을 증여받은 후, 더 필요할 경우 기아차가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16.88%) 일부를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는 2조7000억원으로, 증여세를 내고 정 회장 주식을 모두 증여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둘째,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분할한 뒤 현대모비스 지주 부문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팔지 않고 손쉽게 지배력을 높일 수 있지만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지주회사법상 복잡한 계열사 지분 교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셋째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단순하지만 현대모비스의 다른 주주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고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를 현재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향후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가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벌크선 사업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
현대엔지니어링-현대엠코 합병으로 현대건설 주가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합병법인이 향후 상장(IPO)하거나 현대건설과 재합병할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이날 현대건설 주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건설주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큰 5.1% 떨어져 5만7700원을 기록했다.
[조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