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승을 두고 타이브레이커를 치렀던 팀 삼성 라이온즈가 5년만에 후반기 9위로 추락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약속의 땅 포항의 기운도 소용이 없었다. 삼성이 길었던 13연패의 늪에서 탈출한 직후 시즌 첫 9위라는 쓰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은 26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2-4로 패하면서 시즌 36승 53패 승률 0.404를 기록, 이날 승리한 NC 다이노스에게 8위(승률 0.412)를 내주고 9위로 떨어졌다.
↑ 삼성 라이온즈가 2017년 이후 후반기 첫 9위로 추락했다. 길고 길었던 13연패를 끊은 지 불과 1경기만에 다시 쓰린 현실을 경험 중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실질적으로 삼성이 후반기 이후 기준으로 9위로 떨어진 것은 2017년 이후 약 5년만이다.
최종 9위로 마무리했던 2017년 이후엔 아무리 부침이 있었던 시즌에도 후반기 이후 8위 아래로는 내려간 적이 없었던 삼성이 올 시즌 최악의 시련을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 지난해와 비교하면 명암이 더 뚜렷하다. 지난해 삼성은 89경기를 치른 시기(8월 20일) 승률 0.557로 1위 kt를 3경기 차로 추격하는 3위였다. 이후에도 삼성은 기간 2위에 해당하는 0.574의 승률로 질주하며 정규시즌 2위에 오른 바 있다. 그것도 kt와 승률이 같아 타이브레이커로 최종 승부를 가린 끝에 한 끗 차이로 2위를 기록 한 지난해 시즌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좀처럼 시즌이 풀리지 않는다. 주축 선수들이 번갈아가면서 부상 당하는 등 시즌 내내 부상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5년 최대 총액 120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장기계약으로 붙잡은 구자욱은 부상으로 팀의 89경기 가운데 절반 수준인 44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다. 최근 복귀해 맹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리곤 있지만 이미 삼성의 시즌 페이스가 너무 떨어진 상황이라 늦은 감을 지우기 어렵다.
↑ 올 시즌 11패로 부진한 백정현이 26일 4.1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강습타구를 맞고 교체되는 불운한 상황도 벌어졌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다행히 추가 검진 결과 단순 타박상에 그쳤지만, 다음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거기다 6월 중순 이전까지 호투했던 마무리 투수 오승환도 최근 10경기 평균자책 9.35의 부진으로 평균자책이 4.05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현재 백정현과 오승환을 대체할 마땅한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즌 내내 호투했던 데이비드 뷰캐넌도 최근 개인 5연패를 당한 이후 23일 키움전에선 맨손으로 타구를 처리하려다 우측 엄지 미세골절을 당해 회복에 약 한 달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 없는 모든 불운이 올 시즌 삼성에 찾아온 모양새. 거기다 지난해 팀의 전력을 쏟아부어 우승을 노렸던 후유증이 올해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의 성적과 잦은 부상이 ‘우승 레이스’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은 결과 나타난 부작용이란 의견도 결과적으로는 맞는 상황이 됐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은 삼성의 이런 상황이 단기간 끝날 고난일지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 지난해 우승 레이스를 펼쳤던 후유증이 올해 찾아온 걸까. 연이은 부상 악재와 선수단 전체의 부진이 좀처럼 중단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재현 기자 |
그러면서 허 감독은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다시 또 합심해서 좋은 경기를 펼쳐 준다면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라이온즈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계기가 돼서 선수들이 합심해서 또 좋은 경기를 펼쳐준다면 좋은 계기가 되고 또 기회를 잡고 다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후반기 남은 경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약속의 땅’ 포항에서 믿기 힘든 완패였다.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가장 힘든 것은 선수와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 등 선수단이겠지만 급격한 추락을 지켜보는 삼성 팬들의 고통도 결코 그에 못지않다
연패 기간에도 끊임 없는 응원을 보내주고, 24일 긴 연패를 끊은 직후 눈물을 쏟은 팬들의 모습에 허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도 감정적으로 많은 울림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결국 프로팀이기에 그 마음 역시 승리로 증명하는 방법밖에 없다. 우선 9위라는 순위에서 벗어나는 것이 삼성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포항=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