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66) 감독이 창단 후 최악의 위기에 빠진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구원투수’의 역할을 맡게 됐다.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김 감독의 목소리에서는 긴장보다는 설렘이 더 느껴졌다.
김 감독은 9일 ‘MK스포츠’와의 통화에서 “IBK가 내 인생의 마지막 배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며 “IBK가 다시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고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IBK는 지난 8일 구단 제4대 사령탑에 김호철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서남원 전 감독을 경질한 이후 3주 만에 현장 책임자 공백이 메워졌다.
↑ 지난 8일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사령탑에 선임된 김호철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IBK 구단은 고심 끝에 김 감독에게 팀 재건을 맡겼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뒤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오는 18일 흥국생명전부터 선수들을 이끌 예정이다.
김 감독은 공교롭게도 2004년 귀국 후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에도 팀 상황이 좋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당시 라이벌 삼성화재에 밀려 만년 2인자 신세였다. 여기에 선수단 내 불화까지 겹쳐 창단 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팀을 점차 재정비해 V-리그 원년 정규리그 우승, 2005-2006, 2006-2007 통합 우승의 역사를 썼다.
2012-2013 시즌에는 모기업 없이 운영되던 러시앤캐시 드림식스(현 우리카드)를 정규시즌 4위에 올려놨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산됐지만 얇은 선수층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30경기 16승 14패로 선전하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김 감독은 “왜 내 경력에서 그렇게 힘들었던 부분만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웃은 뒤 “현대캐피탈은 내가 현역 때 뛰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팀을 만들어가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경험이 전무한 여자부 팀을 맡아서 걱정도 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독이 든 성배를 잡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딸을 비롯한 지인들이 남자배구에서도 좋은 지도력을 보여줬던 만큼 여자배구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줬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결국은 부딪쳐 봐야 한다”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남녀부를 통틀어 사령탑 중 최연장자인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을 비롯한 타 구단 감독들도 김 감독의 V-리그 복귀를 반겼다. 김 감독은 “고맙게도 여자부 감독들이 모두 연락을 줘서 축하 인사와 함께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말을 해줬다”며 “남자팀과 다른 점들이 있으니까 천천히 차근차근 잘 적응하라는 덕담도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 지난 8일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사령탑에 선임된 김호철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아직 선수들과 만나기 전이지만 뚜렷한 지도 철학도 밝혔다. 선수들이 자신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세계 배구 트렌드를 IBK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모든 노하우를 쏟아붓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자기 몫을 해주고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며 “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개인별로 면담을 통해 이 부분을 확실하게 전
이어 “우리 여자배구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파워와 스피드를 향상 시킬 필요가 있다”며 “너무 고운 배구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좀 더 힘있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도록 선수들과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