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강민이가 홈런 맞으니까 바로 자기가 던지겠다고 하더라."
SSG 랜더스는 지난 22일 LG 트윈스전에서 1-14로 완패했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는 외려 뜨거웠다. 9회초 1사 후 야수 최고참 김강민(39)이 마운드에 오르면서 관중들은 물론 선수들까지 흥분했다.
김강민의 투수 등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김원형(49) SSG 감독은 당초 서동민(27)에게 8회까지 맡긴 뒤 하재훈(31)이 9회초 등판하는 그림을 그렸다.
↑ SSG 랜더스 내야수 김성현. 사진=김영구 기자 |
김강민은 첫 타자 정주현(31)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김재성(25)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전광판에 직구 최고구속 145km가 찍히며 화제가 됐다. 이후 김용의(35)의 볼넷 이후 이영빈(19)을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고 9회초를 마무리했다.
김강민은 23일 경기 전 "처음에는 다치지 말고 빨리 끝내자는 생각만 했는데 홈런을 맞은 뒤 지기 싫은 마음에 흥분해서 던졌다"며 "그래도 전력투구한 공은 3개밖에 없었다. 좋은 추억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강민의 등판에 투수 등판을 자청한 야수들도 생겼다. 내야수 김성현(34)은 김강민이 정주현에게 피홈런을 허용하자마자 자신이 마운드에 올라가겠다고 자청했다는 후문이다.
김원형 감독은 "김성현이 김강민이 홈런을 맞자마자 자꾸 투수를 바꾸라고 하더라. 자기는 정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올라가고 싶다고 계속 중얼거렸다"고 말
김강민도 김성현의 도발에 "끝나고 얘기를 들었다. 성현이 말대로 정확히 던졌으면 안타-안타-홈런을 맞았을 것"이라고 응수한 뒤 "올해로 프로 21년차인데 마운드에 서니까 포수 미트 밖에 안 보였다. 완전 신인처럼 던졌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인천=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