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롯데 투수 노경은은 27일 잠실 LG전서 패전 투수가 됐다. 5이닝 5피안타(2홈런) 3볼넷 3탈심진 4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패전 투수가 됐지만 롯데가 한 번 붙어볼만한 여유는 만들어 준 투구였다.
지금 노경은에게 바랄 수 있는 것은 그 정도가 최상이라 할 수 있다. 너무 차이가 나지 않게 한 번 해볼만한 승부를 만들어주는 선발 투수의 역할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노경은은 어제 경기서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
↑ 롯데 노경은이 27일 잠실 LG전서 역투하고 있다. MK스포츠(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노경은은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2군에서 조정 기간을 거쳤다.
흥미로운 것은 노경은이 2군에서 실전 등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펜 투구만으로 준비를 마쳤다.
보통 2군에서 1군에 올라오려면 실전 등판을 몇 차례 거치는 것이 기본이다. 타자를 상대로 한 훈련이 기반이 돼야 1군 실전에 나갈 수 있다.
노경은은 달랐다. 불펜 피칭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코칭스태프도 그런 노경은의 방식을 이해해줬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복귀전이었던 20일 두산전서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하며 승리 투수가 됐고 LG전서도 나름의 공을 던졌다.
노경은은 왜 실전 훈련 없이 곧바로 복귀를 택한 것이었을까. 그리고 그 방법은 어떻게 성공으로 이어진 것일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곳에서 홀로 훈련을 할 때부터 체득한 그만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노경은은 커리어에서 2019년이 빠져 있다. FA 계약에 실패하며 1년간 미아로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를 거둬준 곳이 동의대였다. 노경은은 동의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실전에 많이 나설 수는 없었다. 대학 선수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노경은은 쉬지 않았다. 꼬박 꼬박 5일 로테이션을 지키며 마운드에 올라 선발 투수만큼 공을 던졌다.
상대는 없었다. 그래서 가상의 상대를 만들었다. 이닝과 점수 상황 볼 카운트 대상 타자 등을 스스로 만든 뒤 그 상황에 맞게 공을 던졌다.
온갖 상황을 크게 소리친 뒤 공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마치 미친 사람 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노경은은 진지했다. 1년 동안 그렇게 끊임 없이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과 대결을 펼쳤다.
특급 선수가 위기 상황에 들어섰다고 하면 실전때 처럼 더 긴장하고 집중해서 공을 던졌다. 자신의 공이 원하는대로 들어가면 승리, 아니면 패배였다.
수 없이 같은 상황을 반복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노경은은 그렇게 김현수와 승부를 했고 박병호도 잡아냈다. 이정후와 숨막히는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노경은은 "처음엔 나도 어색했다. 하지만 훈련을 할 수록 장점이 더 많이 생겼다. 실전과 같이 피칭하면 그 또한 좋은 연습이됐다. 더 여유있고 실투를 하더라도 다시 지우고 또 똑같이 던질수 있는 훈련이 더 잘 됐다"며 "실전 경기에서는 실투를 하면 그건 결과가 된다. 그러나 실전과 같은 피칭에서는 다시 되돌려서 다시 던질수 가 있다. 계속 복습을 할 수 있다. 연습 경기든 2군 경기든 실전에서는 복습이 안되지만 가상 피칭에선 실패하면 다시 복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해 왔다. 서른 중반이 넘어 1년이나 실전 공백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발판엔 가상 투구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 노경은은 꾸준히 가상의 상대를 세워 놓고 혼자만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수 백명의 선수가 그와 상대를 펼쳤다. 때론 이기고 때론 졌지만 지더라도 다시 지우고 붙어볼 수 있었기에 노경은에게는 모든 것이 공부가 됐다.
노경은의 훈련을 지켜 본 정대현 동의대 투수 코치는 "노경은은 집념이 대단한 선수다. 누가 지켜 보지 않아도 5일마다 한 번씩 마운드에 올라 가상의 상대와 대결을 펼쳤다. 대단한 집중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훈련이었다. 하지만 노경은은 그걸 해냈다. 그가 롯데에 필요한 선발 투수로 아직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건 그런 노력들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노경
노경은은 앞으로도 수 없이 많은 가상의 상대와 싸움을 펼칠 것이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는 실제 타자들을 상대할 때 사용될 것이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노경은 만의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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