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이젠 '공갈포'로도 불리기 어렵다. 가끔 나오던 장타마저 기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이젠 그냥 타선의 큰 구멍이 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부진 탓에 전혀 제 몫을 못해내고 있다.
두산 4번 타자 김재환(33) 이야기다.
↑ 김재환이 끝없는 부진에 빠져 있다. 장기인 장타력 마저 침묵하며 답답증이 커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재환은 16일 현재 타율 0.152 2홈런 9타점을 기록중이다. 11경기서 9개의 볼넷을 얻어냈지만 삼진도 8개나 당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장타력 부재다.
김재환의 장타율은 0.394에 불과하다. 0.5가 넘어야 할 선수가 1할 이상 장타율이 떨어져 있다. 출루율도 0.333에 불과해 OPS가 0.727에 머물러 있다.
김재환이 타격 슬럼프를 겪은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홈런 숫자가 15개로 확 줄어들며 고비를 맞기 사작했다. 공인구 반발력이 떨어진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지난해 성적도 좋지 못했다. 타율이 0.266으로 더 떨어졌다.
하지만 이 때만해도 공갈포로 불릴 수는 있었다. 타율은 떨어졌지만 장타력은 회복됐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지난해 30개의 홈런을 치며 113타점을 올렸다. 거포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해냈음을 의미한다.
장타율 전체가 좋았다. 지난해 김재환은 장타율 0.494로 2019년의 0.434에서 6푼가량 끌어올렸다. 출루율도 0.373으로 나쁘지 않아 OPS가 0.867을 기록했다. 거포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다고 할 수 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이젠 장타 구경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졌다. 간혹 터지던 한 방도 5경기째 침묵 중이다.
홈런 보다 심각한 건 2루타다. 올 시즌 김재환은 단 1개의 2루타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장타를 치며 팀 득점력을 높여주던 이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환이 간혹 홈런을 쳐 줄때도 "전체적인 밸런스나 타격감이 좋은 편이 아니다.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의 이야기대로 김재환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성실한 김재환이다. 부진 탈출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최주환 오재일이 빠져 나가며 가뜩이나 장타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큰 두산이다. 여기에 김재환까지 부진에 빠져 있으니 어려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김재환이 차라리 '공갈포' 일때가 그리워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땐 장타력으로는 나름 팀에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과연 김재환이 스스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 시간이 길어질 수록 두산의 답답증은 커져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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