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KIA 임기영(28)이 어깨가 무거워졌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 빠지며 빈 자리를 메워야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물론 한 순간에 양현종의 빈 자리를 그것도 혼자 힘으로 막아내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대한 그 공백을 줄이는 몫을 해내야 한다. 여러 투수들의 힘이 모아져야겠지만 그 중 가장 앞서있는 것은 역시 임기영이다.
↑ 임기영이 첨단 데이터의 힘을 얻어 양현종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MK스포츠 DB |
임기영이 좋은 투구를 하기 위해선 첨단 데이터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을 던질 때마다 흔들리는 영점을 잡아주기 위해선 데이터의 분석과 처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임기영은 아직 완성형 투수가 아니다.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의 차이가 크다.
지난해에도 10승 문턱에서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은 단점을 완전히 보완하지 못했기 ??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임기영은 약점이 뚜렷한 투수다. 밸런스가 좋지 못하면 결과도 좋지 못하다.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투구시 발판에서 손 끝까지의 거리)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차이가 난다.
그동안은 "손 놓는 포인트가 달라진다"는 말로만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첨단 데이터의 시대다. 수치로 분명히 차이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 데이터의 힘이 그 누구보다 필요한 것이 임기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임기영은 그 시즌에 전반기에만 5승을 올리며 순항했지만 후반기서 3승에 그치며 10승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일단 모든 구종의 기본인 패스트볼에서 흔들렸다. 일단 공 놓는 포인트가 달라졌다.
전반기 임기영의 패스트볼 상하 릴리스 포인트는 1.27m였다. 하지만 후반기에서는 이 높이가 1.36m까지 높아졌다. 큰 차이였다. 9cm나 차이가 났다. 이 정도면 타자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변화였다.
공 놓은 포인트의 변화는 당연히 제구의 약점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자신만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걸 뜻한다.
익스텐션이 1.87m에서 1.92m로 앞당겨졌다.
일반적으로 익스텐션은 앞으로 끌고 나올수록 좋은 구위를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메커니즘을 벗어난 익스텐션은 제구를 흔드는 독이 될 수 있다. 임기영의 경우 후자에 속했다.
장기인 체인지업도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 차아가 나타났다. 일단 릴리스 포인트가 1.17m에서 1.27m로 높아졌다. 패스트볼과 비슷한 변화였다.
그러다 보니 공의 무브먼트가 달라졌다. 가장 중요한 상하 무브먼트는 줄고 좌우로는 변화 폭이 커졌다. 잘 안 떨어지고 제구는 흔들렸던 셈이다.
임기영은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이 달라지는 투수라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고칠 수 있는 부문도 제대로 짚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KIA도 이젠 첨단 데이터로 무장한 팀이라는 점이다. 수치상의 변화를 통해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
선수가 받아들이기도 쉬워졌다. 정
진단이 정확하면 처방도 정확하고 빠르게 나올 수 있는 법이다. 임기영이 자신에게 잘 맞는 팔 높이를 찾아 3선발로서 제 몫을 다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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