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2020시즌 LA에인절스에서 시즌 마지막 주를 갑작스럽게 포기했던 유격수 안드렐톤 시몬스(31), 그 이유를 뒤늦게 털어놨다.
시몬스는 3일(한국시간) 보도된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와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말 갑자기 시즌을 포기한 이유는 우울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며,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버블에서 시즌을 끝내는 것은 나에게 너무 대처하기 힘든 것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가 이렇게 우울증 증세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감정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상황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말로 직접 하기 힘들어 서면 인터뷰로 대신했다고 밝힌 그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느끼고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이 내 이야기의 일부를 공개할 때"라고 말을 이었다.
↑ 시몬스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는 "오클랜드 원정때 거리를 지나가는데 거리에 몇몇 가게들이 문을 닫지 않기위해 애쓰고 있고 노숙자들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처음으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바깥 세상의 모습을 보고 받은 충격을 전했다.
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시즌을 소화하던 그는 시즌 마지막주를 앞두고 시즌을 포기했다. 당시 에인절스는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남아 있었고 리그 정책에 따라 시즌 마지막주를 격리된 채 치러야했다. 그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많은 소상공인들이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슬퍼졌다. 그러던중 새로 적용되는 격리 규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두려움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과 단절된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를 생각하자 우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당시 받은 느낌을 털어놨다.
이어 "사람들이 내 삶을 판단하고 내 이야기를 왜곡하는 것이 두려웠다. 몇몇 사람들은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자신들의 관점을 갖고 내 건강에 대해 판단하려고 할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공개해도 괜찮다고 한 것은 이제 사람들의 관점과 판단은 내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1년 계약에 합의한 그는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 다른 이유들로 공포와 걱정을 느끼고 있지만, 남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볼까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밖에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 손실, 트라우마, 사랑하는 이들과의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혼자 숨겨둘 필요가 없다. 당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우울증 증세를 공개적으로 알린 운동선수는 그가 처음이 아니다.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쿼터박 닥 프레스콧, NBA 클리블랜드 캐빌리어스의 케빈 러브, 수영 스타 마이클 펠프스도 우울증 증세를 공개했다. 'ESPN'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드루 로빈슨이 지난 4월 자살 시도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공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