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5번타자 김상수(30)는 삼성라이온즈의 2020년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 시험 기간이지만, 그는 ‘우등생’이다. 시험 성적이 상당히 우수하다.
김상수는 4일 오후 1시 일본 오키나와현 아카마볼파크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 세 번째 연습경기에 5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5번타자 김상수가 어색할 수 있다. KBO리그 경기에서 5번 타순에 배치된 건 ‘2년차’였던 2010년(3타수 2안타 1볼넷 1삼진)이 마지막이었다.
↑ 삼성라이온즈 김상수는 4일 오후 1시 일본 오키나와현 아카마볼파크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 세 번째 연습경기에 5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사진(日 오키나와)=이상철 기자 |
‘뜬금없는’ 결정이 아니다. ‘기록’을 바탕으로 짠 라인업이다. 김상수는 2019년 타율 0.271과 출루율 0.358를 기록했다. 둘 다 팀 내 3위였다.
허삼영 감독은 5번타자 김상수에 대해 “아직 완벽한 라인업을 만들지 않았다. 테스트다”라며 “그동안 김상수가 테이블세터로 많이 뛰었다. 중심타선에 위치해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콘택트, 기동력 등 그의 장점이 잘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5번타자 이야기에 김상수는 깜짝 놀랐다.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김상수는 “정말 놀랐다. 보통 5번타자를 떠올리면, 장타력이 뛰어나고 홈런도 많이 치는 유형 아닌가. 난 홈런을 많이 쳤던 것도 10개(2018년)였다. ‘내가 과연 5번타자를 맡아도 되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든 적도 있다. 생각이 복잡했으나 감독님께서는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해주셨다. 지금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라고 밝혔다.
연습경기지만 5번타자 김상수 효과는 크다. 숨겨왔던 ‘거포 본능’이 깨어난 걸까. 김상수는 2월 29일에는 1타점 2루타, 이틀 뒤에는 1점 홈런을 터뜨렸다. 연습경기 장타는 공교롭게 모두 5번타자일 때 터졌다.
5번타자가 어울리는 옷인 걸까. 김상수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절대 아니다. (좋은 성적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일단 5번타자로 뛰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색한 부분이 있다. 그래도 현재 컨디션과 타격감이 좋아서 (생각보다) 잘하는 걸로 보이는 것 같다”라며 쑥스러워했다.
중심타선이라고 장타를 특별히 의식한 건 아니다. 김상수는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난 평소대로 ‘똑같이’ 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시즌 막바지 좋았던 타격을 그대로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괜찮게 이어지고 있다. 홈런도 치고 타격감이 괜찮다. 결과가 좋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삼성 타선은 유동적이다. 다양한 시험을 하고 있다. 김헌곤과 구자욱이 테이블세터로 호흡을 맞추는 중이다. 김상수는 허 감독의 특성보다 삼성의 현주소라고 강조했다.
김상수는 “이게 우리의 현주소 아닐까. 모든 선수가 1번타자를 맡을 수도 있고 5번타자로 뛸 수 있다. 팀 구성상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다들 동기부여를 갖고 집중하게 된다. 올해는 진짜 우리의 색깔이 많이
이 흐름이면 KBO리그 개막 후에도 김상수가 5번타자로 뛸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는 “1~3번 타순에서 많이 뛰었으나 (고정) 5번타자는 처음이어서 조금 생소하다. 조금 더 상황을 봐야 하지 않겠냐”라며 멋쩍게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