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농구 전주 KCC가 결정적인 턴오버를 범했다. 경기 외적인 턴오버다. 전창진 전 안양 KGC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하려다 한국농구연맹(KBL)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KBL은 3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고 KCC가 요청한 전창진 수석코치 등록을 허락하지 않기로했다. 앞서 KCC는 지난달 30일 전창진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했다고 발표하면서 KBL에 등록을 요청했다. 추승균 감독이 경질된 KCC는 현재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예상보다 싸늘했다. 일단 절차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전 전 감독은 지난 2015년 4월 안양 KGC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지 한 달 만에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 의혹으로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KBL은 전 전 감독에 대해 ‘무기한 등록 자격불허’ 조처를 내렸다.
↑ 전창진 전 감독의 전주 KCC 수석코치 등록 관련 재정위원회가 3일 오전 서울 논현동 KBL 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전창진 전 감독이 재정위원회에 참석해 소명을 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라는 징계는 전 전 감독의 수석코치 선임시에도 유효한 상황이었다. 징계 중인 사람을 먼저 수석코치로 선임해 놓고, 재정위가 열린 것이다. 한 마디로 징계 철회 요청을 한 모양새다. 전창진이라는 개인을 구하기 위해 KCC가 총대를 멘 것이었다.
징계가 나온 가장 주된 이유인 승부조작은 무혐의가 나왔지만, 도박 혐의는 유죄로 나왔기에 징계를 풀어주느냐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벌금 100만원으로 자격을 무기한 불허한다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농구팬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구나 KCC구단의 행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다. KCC가 무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을 용산고 인맥의 입김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KCC 정상영 명예회장과 정몽익 구단주, 최형길 단장, 전창진 전 감독 모두 용산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감독 대행 체제에서 감독으로 경험이 풍부한 이를 수석코치로 선임한다는 것도 거부감이 컸다. 사실상 감독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고, 징계 중인 인사의 선임이라 이러한 거부감이 예상보다 컸던 것이었다.
이날 전창진 전 감독은 재정위원회 도중 기자회견을 갖고 “팬들에게 사과한다”면서도 “저를 비판하는 기사는 이해하지만 저의 복귀를 설득한 구단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것은 나도 불만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전 감독의 말은 틀렸다는 게 재정위가 내린 결과로 확인됐다. 이날 재정위에서는 전 전 감독 징계 해제와 관련해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KBL도 징계 해제에 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L은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정대 총재가 부임해, 쇄신과 혁신,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어찌보면 KBL의 결정은 당연했다. 대법원에 상고 중인 도박관련 유죄가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징계부터 풀어줄 순 없었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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