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새 프로야구 각 구단의 인사에서 드러난 가장 큰 특징은 ‘단장과 감독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아닌 가 싶다. 누가 단장이고 누가 감독인지 혼란스럽다. 10개 구단 가운데 7개 구단이 선수출신 단장으로 채워졌다. 이즈음에서 ‘단장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요즘 프로야구 구단은 성적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좋은 성적을 위해선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이 중요하고, 선수 출신 단장이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구단이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해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여기까지다. 단장이 하는 일, 운영부장이 하는 일, 감독이 하는 일이 똑 같다. 한 쪽은 사무실, 한 쪽은 필드라는 점만 다를 뿐 팀 육성과 운영에 관련된 업무를 본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이럴 거면 일본처럼 단장을 없애고 운영부장, 편성부장 등으로 세분화시키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 선수출신의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프로야구 단장. 이럴때일수록 단장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사진=MK스포츠 DB |
우리는 출범 36년이 됐는데도 KBO리그의 가치가 불분명하다. 겉으론 산업화를 외치지만 과연 각 구단이 산업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지 되묻고 싶다. ‘동반성장’을 한국프로야구의 최대 과제라고 입을 모으지만 실제 이를 위해 제도개선에 발 벗고 나선 적이 있는가. 넥센 히어로즈의 선수 뒷돈장사에 한통속으로 장단을 맞춘 것이 이들 아닌가. 구단들 이해관계에 얽혀 산업화의 첫 걸음인 ‘통합 마케팅’ 하나 이뤄내지 못하는 것이 우리 프로구단 아닌가.
KBO는 실행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10개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는 예산을 비롯한 제도와 운영 등 프로야구 현안을 모두 다루는 KBO내에서 가장 중요한 기구다. 사장 모임인 이사회 의결 사항을 미리 결정하는 사실상의 최종 집행기구다.
실행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구단 단장들이 ‘프로야구 콘텐츠’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들의 기획력과 아이디어 하나에 한국 프로야구의 운명이 결정된다. 실행위원회 구성원으로 회의에 참석할 땐 ‘내가 소속된 팀’이 아니라 ‘내가 소속된 리그’를 상정해야 한다.
실행위원회 자리에서 서로 자기 구단 이익을 주장하다 의견충돌을 일으킨다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해타산이 맞는 구단끼리 이합집산으로 세력을 형성해 올바른 목소리가 파고들 틈을 원천봉쇄하기도 한다.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행위원회 구성원이라는 직함을 주는 것은 프로야구의 퇴보를 재촉하는 길이다.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이숭용 kt 위즈 단장과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에게 묻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