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뛰어야죠.”
지난달 3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손아섭(30·롯데 자이언츠)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지난 19일 잠실 LG트윈스전에서 홈슬라이딩을 하다가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꺾였다. 손아섭은 손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너무 아팠어요.” 지금에서야 씁쓸하게 웃을 수 있었지만, 그 통증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새끼손가락 인대가 끊어진 기자에게도 당시 느꼈을 손아섭의 통증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2시즌 연속 전경기(144경기) 출전을 이어오던 손아섭의 개근상 모드도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끊기고 말았다. 사실 경기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우투좌타인 손아섭이라 우익수 수비에 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 30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만난 롯데 손아섭. 오른쪽 새끼손가락 인대손상 부상에도 손아섭은 붕대를 감고 경기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수원)=안준철 기자 |
29일 수원 kt전에서는 3안타와 함께 부상 후 첫 홈런을 때렸다. 2회초 kt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비록 새끼손가락이라 할지라도, 스윙을 할 때 제대로 힘을 싣지 못 했을 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손으로 홈런까지 때렸냐고 묻자 손아섭은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러면서 “아마 전혀 뛰지 못했을 것 같았으면, 엔트리에서 빠졌을 겁니다. 충분히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팀 상황도 상황인만큼 빠질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30일 경기 전까지 8위에 머물러 있는 롯데였지만, 5위 KIA타이거즈와는 3.5경기 차로 아직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꺼진 것은 아니었다.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손아섭은 마냥 앉아서 경기를 지켜 볼 수만은 없었다.
물론 손아섭의 통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통증을 참고 뛰고 있었다. “경기를 뛰고 나면 손가락이 퉁퉁 붓습니다. 경기 후에는 붓기를 빼고, 소염제를 먹고, 압박을 해주는 연고를 바릅니다. 경기에 나갈 때는 최대한 붕대로 압박합니다. 온전히 나으려면 쉬어야 한다는데, 지금 쉴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어 손아섭은 “배트도 (부상을 당하기 전처럼) 온전히 잡지 못합니다. 새끼손가락은 노브(방망이 끝 부분)에 그냥 걸칩니다. 수비를 할 때는 전력으로 던지기 힘드니, 커트맨(중계 플레이를 하는 야수)한테 정확히 던지려고 합니다. 잡는 건 문제 없지 않습니까. 지금은 경기에 나가야 합니다. 그냥 참는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손아섭은 스스로 참을 인(忍)자를 새기고 있었다. 그런 손아섭에게 격려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붕대로 감긴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들고 웃었다.
↑ 손아섭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은 붕대로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경기 후에는 퉁퉁 붓지만 손아섭은 참고 견딜만하다며 웃었다. 사진(수원)=안준철 기자 |
2연승을 달린 롯데는 LG를 제치고 7위로 점프했다. 5위 KIA와는 여전히 3.5경기 차지만, 6위 삼성과는 1경기 차로 좁혔다. 온전히 손아섭의 투혼으로 만든 롯데의 진격이었다. 경기 후 손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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