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좌완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31)가 끝내 결별했다. 예상됐던 결과다. 하지만 올 시즌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롯데가 가장 큰 실패를 한 주요 원인에 대해 스스로 인정을 한 모양새가 됐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남는다.
롯데는 12일 듀브론트를 전격 웨이버 공시했다. 웨이버 공시는 선수에 대한 권리 포기를 의미한다. 사실상 방출이다.
그렇다고 듀브론트 대신 외국인 투수를 새로 영입한 것도 아니다. 교체 외국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있으려면 8월15일 전에 행정적인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사실상 8월15일 이후에는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잔여 시즌을 외국인 선수 2명(브룩스 레일리, 앤디 번즈)로 치러야 한다.
↑ 롯데 자이언츠가 12일 펠릭스 듀브론트를 웨이버 공시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사실상 올해 농사를 망쳤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롯데다. 지난 시즌 3위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롯데가 현재 8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듀브론트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듀브론트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영입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2010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한 그는 시카고 컵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거치며 6시즌 통산 31승 26패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했다. 특히 2012년과 2013년에는 보스턴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뛰며 2년 연속 11승을 수확했다. 2013년 월드시리즈에는 우승에 보스턴의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KBO리그를 밟은 외국인 선수 중 커리어면에서는 가장 화려하다. 하지만 이후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거치며 하락세가 뚜렷했다.
특히 전성기 시절보다 불어난 몸집을 보고 “부상 이후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커졌다. 한창 때였던 2015년과 비교하면 듀브론트의 복부는 과도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더구나 두산으로 팀을 옮긴 조쉬 린드블럼(31)이 고공행진을 펼치자, 더욱 비교됐다. 린드블럼은 12일 현재 14승4패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 중이다. 2015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으면서 KBO리그를 밟은 린드블럼은 한때 린동원(린드블럼+故 최동원)이라 불린만큼 에이스로 우뚝 선 외국인투수다. 지난해 롯데가 후반기 대반격에 성공하며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린드블럼의 호투가 큰 힘이 됐다. 린드블럼은 지난 시즌 롯데와 계약이 불발돼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시즌 중반 다시 영입돼 빼어난 활약을 했다. 그러나 롯데와 재계약이 불발됐고, 이 과정에서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린드블럼의 이탈과 대신 1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듀브론트의 부진에, 레일리까지 시원치 않다. 25경기에 나선 레일리는 9승10패 평균자책점 4.98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토종에이스 박세웅은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출발도 늦었고,
전체적으로 선발진이 무너진 게 우승후보 롯데가 8위에 머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듀브론트의 실패가 있었다. 가장 큰 퍼즐부터 어긋나 버린 롯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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