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안현수(러시아어명 빅토르 안)가 남자쇼트트랙 현역선수 경력을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한국에 돌아온다. 이중국적자 딸의 양육이나 조국을 그리워하는 한국인 배우자 때문에 복귀를 결심했다는 얘기가 많지만, 근본적으로는 러시아 체육계에서 큰 뜻을 펼칠 수 없는 한계가 가장 크다.
안현수는 33살의 나이로 유럽선수권 500m 은메달을 획득하여 아직 남자쇼트트랙 단거리 종목에서도 국제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으나 2018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되고 말았다. 37세에 열리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기약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2016년 러시아의 국가적인 금지약물 복용후원을 고발한 ‘맥라렌 보고서’는 세계를 경악시켰다. IOC는 해당 리포트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러시아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제외했다.
↑ 안현수 2016-17 국제빙상연맹 쇼트트랙월드컵 강릉대회 남자 1500m 예선 통과 후 모습. 사진=김영구 기자 |
러시아체육부는 IOC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자격을 박탈한 39명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 절차를 밟았으나 안현수는 대상자가 아니었다.
CAS는 “올림픽 출전권 영구상실 러시아 39명 중에서 28인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11명도 징계 대상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한정했다. 물론 항소 명단에 없는 안현수와는 무관한 결정이다.
여러 차례 한국인 연루 CAS 이의 심판에 관여한 법률전문가 A는 6일 MK스포츠와의 통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뿐 아니라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 징계는 선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쑨양(중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쑨양은 2012 런던올림픽 2관왕에 이어 2014 인천아시안게임 3관왕으로 아시아 남자수영 최고스타로 우뚝 섰다. 그러나 2014년 5월 17일 WADA로부터 3개월 징계를 받았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자격정지가 끝난 후에 열렸기에 쑨양의 수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1년 징계를 받은 전담 의사가 대회 기간 수영장을 드나들며 ‘무자격’으로 쑨양을 관리한 것이 드러나 국제수영연맹(FINA) 차원의 문제로 비화한 바 있다.
A는 “러시아가 CAS 항소를 통해 늦어도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부터는 IOC의 징계로부터 자유롭게 해준 39명의 스포츠인물 중에 안현수는 빠졌다”라면서 “즉 현역 은퇴와 상관없이 안현수는 앞으로도 올림픽에 어떠한 형태로든 참여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안현수가 해설자로 대표되는 방송/언론인이나 관중으로 올림픽 현장을 찾는 것은 제한이 없다. 그러나 국가대표팀 감독/코치나 지원 인력 등 경기 관계자로는 불가능하다.
국제빙상연맹(ISU) 차원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아니므로 안현수가 유럽·세계선수권 및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하는 러시아대표팀을 지도할 수는 있다. 유망주 발굴이나 유소년 순회 코치 같은 일이라면 더더욱 IOC 징계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안현수는 한국/러시아 국가대표로 시즌 단위 장기 레이스 월드컵 시리즈는 제외하고도 단일 주요 국제대회에서만 금44·은16·동10으로 무려 70차례나 입상했다.
여기에 세계선수권 및 월드컵 시리즈 개인종합 8회 우승 그리고 두 종목 세계신기록 수립이 더해지면 안현수가 왜 ‘쇼트트랙계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렸는지 알 수 있다.
역대 남자쇼트트랙 최강자 안현수가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하고 싶은 포부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맥라렌 보고서’로 IOC와 크게 척을 진 러시아체육회 소속으로는 앞으로도 징계 경감을 도모하기가 어렵다.
한국은 자타공인 쇼트트랙 최강국이다. 대한민국이 금지약물 관련으로 세계반도핑기구나 국제빙상연맹, 국제올림픽위원회
안현수가 동계올림픽 감독이라는 꿈을 펼치고 싶다면 누가 봐도 러시아보다는 한국이 좋다. 러시아빙상연맹이 “우리가 ‘쇼트트랙 지도자 안현수’를 얻지 못한 것은 불행한 결과”라고 하면서도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를 잡지 못하는 이유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