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안현수(러시아어명 빅토르 안)가 남자쇼트트랙 현역선수 경력을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한국에 돌아온다. 러시아 유력언론은 ‘의리를 저버렸다’라는 자국 여론에 왜 안현수가 모국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분석으로 반박했다.
93년 역사의 러시아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안현수가 한국으로 복귀한다.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라면서도 “딸 양육과 성장에는 부모의 모국이 더 적합하다는 가족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이걸 배반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2011년 12월 28일 안현수의 러시아 국적 취득을 골자로 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 안현수 2016-17 국제빙상연맹 쇼트트랙월드컵 강릉대회 남자 계주 준결승 직후 모습. 사진=김영구 기자 |
올해 유럽선수권 500m 은메달은 33살의 안현수가 여전히 남자쇼트트랙 단거리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으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무산 과정에서 ‘올림픽 평생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갈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안현수가 한국으로 귀환하는 것을 ‘변절’이라는 단어로 수식하는 것은 너무 음침하다”라면서 “그에게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무산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아무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한테 안현수가 직접 서한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뭘 했는가?”라고 꼬집었다.
2016년 러시아의 국가적인 금지약물 복용후원을 고발한 ‘맥라렌 보고서’는 세계를 경악시켰다. IOC는 해당 리포트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러시아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제외했다.
안현수 등 ‘맥라렌 리포트’ 기재 선수는 올림픽 출전자격이 영구적으로 박탈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인 자격 참가를 희망하는 러시아 선수는 도핑 문제에서 결백함을 입증한 후에야 ‘러시아 출신 체육인’이라는 중립적인 이름으로 출전했다.
러시아체육부는 IOC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자격을 박탈한 39명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 절차를 밟았으나 안현수는 대상자가 아니었다.
CAS는“올림픽 출전권 영구상실 러시아 39명 중에서 28인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11명도 징계 대상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한정했다. 물론 항소 명단에 없는 안현수와는 무관한 결정이다.
안현수는 국제빙상연맹(ISU) 및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 보낸 서신을 통해 “나 빅토르 안토노프는 항상 반도핑 규정을 준수했다. 많은 언론의 금지약물 관련 보도로부터 내 명예를 지키고 싶다. 도핑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독립위원회 보고서에 나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 확인해달라. 관련 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바이다”라고 촉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IOC는 국제빙상연맹을 거쳐 안현수 서한을 접수했으나 “관련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라면서 “물론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러시아 선수들의 명단은 공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안현수는 끝내 대회 참가를 허락받지 못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안현수는 자신이 왜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로서 갈 수 없는지에 대한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라면서 “아무런 대답을 받지 못한 그가 과연 끝까지 러시아인으로 남고 싶어 했을까? 추측의 영역이지만 왜 한국으로 돌아가는지 알만하다”라고 주장했다.
“끔찍한 부상 후 더는 선수로서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받은 한국을 떠나 안현수는 러시아 여권을 받았다. 소치동계올림픽 기간 러시아를 진정한 홈으로 여기고 우리의 국가를 부르며 성과를 냈다. 용병이 아니었다”라고 회상한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러시아는 ‘지도자 안현수’를 얻지 못했다. 빙상연맹의 표현처럼 ‘불행’한 결과”라면서 “나아가 우리 체육계의 가장 큰 잘못이자 실패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안현수는 러시아 귀화 이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한국/러시아 합산 세계선수권 및 월드컵 시리즈 개인종합 8회 우승 그리고 두 종목 세계신기록 수립은 안현수를 ‘쇼트트랙계 마이클 조던’이라 부른 이유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