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김학범호의 아시안게임 여섯 번째 상대는 한국을 잘 아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다. 그러나 진짜 싸움은 박 감독도 베트남이 아니다. 태극전사,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27일 각각 우즈베키스탄(4-3), 시리아(1-0)를 꺾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일본, 아랍에미리트(UAE)까지 합류하면서 남자축구 4강 대진이 완성됐다. 한국-베트남전 및 일본-아랍에미리트전 승자가 결승에 올라 최종 우승을 가린다.
한국과 베트남은 7개월 만에 맞대결이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만나 한국이 2-1로 승리했다. 베트남에게는 설욕 무대다. 8강 한국-우즈베키스탄전과 입장이 바뀌었다.
↑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가 끝난 뒤 모든 걸 쏟은 선수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손흥민. 사진(인도네시아 브카시)=천정환 기자 |
베트남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세 번 겨뤄 모두 졌다. 박 감독은 기록 파괴자다. 베트남 축구 최초로 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만들었다. 토너먼트 시작 후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마저 이긴다면, 아시안게임 한국전 첫 승리와 더불어 남자축구 첫 메달(은메달 확보)까지 획득한다.
한국 축구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것도 아니다. 베트남은 2003년 10월 19일 아시안컵 예선에서 한국을 1-0으로 꺾은 바 있다. 이른바 ‘오만 쇼크’다.
베트남보다는 시리아가 수월할 수 있다. 베트남은 부담이 따르는 상대다. 베트남이 연령별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데다 박 감독의 지도력이 더해져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7개월 전 중국 쿤산에서도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박 감독은 “우리는 베트남 정신으로 무장돼 단결력이 강하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4강에서 멈췄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며 “난 울지 않을 것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손흥민의 표현대로 토너먼트에서 ‘아직’ 생존해 있는 팀은 다 우승할 자격을 갖춘 팀이다. 베트남 또한 그렇다. 만만치 않으나 그 보다 더 험난한 이란(16강), 우즈베키스탄(8강)이라는 큰 산 두 개를 넘었다.
승부의 분수령은 꼭 ‘맞춤형 공략’이 아니다. 그 파훼 방법을 알고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몸이 따라주느냐가 중요하다.
준결승 2경기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한국-베트남전이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간) 열리며, 오후 7시30분 일본-아랍에미리트전이 펼쳐진다.
주목할 점은 경기 날짜다. 29일이다. 8강 이틀 뒤 바로 펼쳐진다. 상당히 타이트한 일정이며 시일이 촉박하다. 상대 분석은 하되 새롭게 판을 짜고 준비할 여력이 없다. 가진 기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체력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8강에서 ‘많이 뛰는 축구’로 승기를 잡았다. 그렇지만 연장까지 총 120분을 소화했다. 짧은 기간 많은 경기가 벌어지는 대회 특성상 회복할 여유도 없다. 100% 재충전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숫자는 16강보다 8강에서 더 많았다. 날씨까지 무덥다. 손흥민도 체력적으로 버거운 시기란 걸 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베트남도 같은 조건이다. 순수 회복 시간만 고려하면, 한국보다 2시간30분 후 8강을 치른 베트남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한국 이번 대회에서 이틀 만에 경기를 갖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은 15일 바레인전(6-0)과 17일 말레이시아전(1-2)의 경기력의 차이가 컸다. 로테이션을 가동했다가 큰 코를 다쳤다. 이번에
그 온힘을 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잘 먹고 잘 쉬어도 부족할 터다. 그럼에도 버티고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나와의 승부’부터 이겨내야 베트남을 넘어 2회 연속 결승 진출의 희망을 키울 수 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