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안준철 기자] “단체전에서 더 좋은 기회를 잡아야죠.”
효도를 시작한 효자 종목 펜싱이 이제 순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단체전이 남았기 때문이다.
20일 한국 펜싱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맥을 뚫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 센드라와시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개인전과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각각 전희숙(34)과 구본길(29)이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펜싱의 자존심을 지켰다. 오상욱(22)은 구본길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금메달 2, 은메달 1개로 한국 펜싱은 전날(19일) 은메달 1, 동메달 2로 노골드에 그친 아쉬움을 제대로 떨쳐냈다. 또 효자 종목이라는 자존심도 세울 수 있게 됐다.
↑ 4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던 전희숙과 남현희. 사진=MK스포츠 DB |
4년 전처럼 준결승에서 만나기라도 했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4년 전 인천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만나 전희숙이 남현희를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고, 남현희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6강의 승자는 전희숙이었다. 남현희는 패한 뒤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언니의 바람대로 전희숙은 2연패를 달성했다. 그리고 경기 후 “단체전이 남아있는데, 준비 잘해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 (남)현희 언니 최다금메달리스트 기록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자 사브르 황제 구본길도 마찬가지였다. 세계랭킹 2위인 구본길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이에 도전장을 낸 이가 신성 오상욱이었다. 둘은 결승에서 집안싸움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역시 각자의 입장과 목표가 있었다. 구본길은 2010 광저우대회부터 개인전 3연패를 노리고 있었고, 아직 병역을 마치지 않은 오상욱은 금메달을 따야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과 기대대로 결승에서 만난 둘은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집안싸움이라기에는 이례적으로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고, 결국 14-14에서 구본길이 득점에 성공하며 이겼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의 표정은 바뀐 듯 했다. 구본길은 후배 오상욱에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오상욱은 “괜찮다”며 웃었다. 구본길은 그런 오상욱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오상욱도 “단체전이 남아있기에 동기부여가 더 된다”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여자 사브르와 남자 에페도 단체전 금메달로 개인전 아쉬움을 씻으려 한다. 앞서 19일 열린 여자 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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