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현장을 떠나있지만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발로 뛰는 삶을 살고 있는 이만수(60) 전 감독. 야구전도사가 돼 라오스에 희망을 키워내고 있는 그가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라오스 선수들과 함께 아시안게임에 출전, 꿈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1승, 어렵지만 기적 일어날 수 있어
최근 라오스에 다녀온 이 전 감독은 곧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자카르타로 이동, 18일 라오스 선수단과 조우한다. 라오J브라더스팀의 구단주이자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인 이 전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서 응원하고 지켜볼 예정. 라오스는 오는 21일 태국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종목 레이스를 펼친다. 출발도 늦고 냉정하게 실력도 가장 떨어진다. 이 전 감독도 인정하듯 1승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 현장을 떠난 뒤 이만수(사진) 전 감독은 라오스에서 야구보급 활동에 애를 쓰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최근 라오스는 댐 붕괴라는 국가적인 재난을 겪었다. 인명피해가 컸고 이 전 감독 또한 걱정이 많았다.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 “만약...1승을 정말 기록한다면, 그것은 정말 기적이다. 태국 만해도 야구가 도입된 지 40년이 넘었고 스리랑카도 10년, 20년은 됐다. 라오스는 고작 4년이다. 환경이 정말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며 “그런데 선수들이 얼마전 태국과 경기를 치르더니 아시아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조르더라. 속으로는 경비가 얼만데...(라오스는) 야구장도 제대로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나. 선수들이 꼭 나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빠르게 절차를 밟았고 결국 이번에 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들떠있다. 그래서인지 너무들 긴장해있다”고 모습을 떠올렸다.
↑ 이만수(사진) 전 감독은 곧 자카르타로 이동 라오스 선수들 희망의 도전을 지켜볼 예정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 전 감독이 라오스에서 야구를 보급한 지 4년여가 지났다.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포수이자 미국에서 지도자생활을 했고 프로야구 현장사령탑까지 역임했다. 화려한 시절을 경험했음에도 어느새 재능기부, 국위선양, 야구불모지개척 등의 새로운 수식어가 그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기부활동 및 재능기부로 모범이 되는 야구인이 무엇인지를 실천 중이다. 그럼에도 이 전 감독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연신 몸을 낮췄다. 더 나아가 “50년간 받은 사랑을 갚아야 한다”며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라오스에서의 야구보급은 이와 같은 이 전 감독의 신념을 잘 보여주는 예다. 여전히 쉽지 않은 환경이고 갈 길이 멀지만 이 전 감독은 긴 호흡으로 걸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감독은 “1년간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선수들을 먹이고 재우고 학교에 보내는 게 더 급한 것 같다 느꼈다. 그래서 나는 후방으로 물러났고 동분서주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라오스 내 야구인프라 구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라오스 정부 측에서도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적지 않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면서 분주히 움직이는 이 전 감독은 “나는 20년 마지막 프로젝트가 있다. 이곳(라오스)에 야구장을 짓고 인도차이나반도대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여기서 아시아야구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곳서 세계대회까지 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라며 “나는 주춧돌만 놓게 될 것이다. 목표가 쉽지 않지만 (내가) 주춧돌을 놓으면 또 다른 후배들이 꿈을 이뤄주지 않겠나”고 미소 지었다.
이 전 감독은 “1904년에 필립질레트 선교사가 YMCA를 통해 우리나라에 야구를 보급했다. 그분이 야구를 보급하지 않았으면 야구인 이만수가 있었겠나. 라오스도 먼훗날 대한민국처럼 야구가 발전한다면 그 시작을 이만수가 함께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전 감독은 “필립질레트 선교사가 대한민국에서 세계적 야구선수가 나오고 올림픽서 금메달까지 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나”며 “마찬가지다. 당장은 멀지만 언젠가는 이들도 우리나라처럼 될 수도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이만수(왼쪽) 전 감독이 라오스에서 연일 의미 있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사진=헐크파운데이션 제공 |
이 전 감독의 이와 같은 선행과 재능기부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긴다. 물론 어떤 이들은 걱정도 한다. 이 전 감독의 투자와 지출도 꽤나 크기 때문. 그럼에도 그는 “애들이 아짠(라오스어로 선생님을 뜻함)하고 불러줄 때 쌓인 피로가 다 없어지더라. 말은 통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순간순간 야구인으로서 정말 행복함을 느낀다”고 기뻐했다.
“현장에 있을 때보다 더 집에 많이 못 들어간다. 그래도 계속 돌아다녀야지”라며 앞으로도 할일이 많다고 강조한 이 전 감독은 “50년 야구인으로서 받은 사랑을 다 돌려드리고 싶다. 지금이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현장에 있을 때, 선수로서는 모든 타이틀을 다 따내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한 근심도 적지 않았다”면서 “이 일을 시작하며 (명예, 인기) 등을 다 내려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 날아갔다 생각했지만 결국엔 전부 다 남아있더라. 정말 신기하다. 마음이 행복하다”며 다시 한 번 들뜬 미소를 지었다.
이만수
1958년 9월 19일생
대구중-대구상고-한양대
삼성 라이온즈(1982-1997)
시카고
SK 와이번스 수석코치, 2군 감독 역임
SK 와이번스 감독대행(2011.08-11)
SK 와이번스 감독(2011-2014)
현재
라오J브라더스 구단주,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한국야구위원회 육성위원회 부위원장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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