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사람 팔자죠.”
SK와이번스 우완 채병용(36)은 18년째 SK유니폼을 입고 마당쇠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01년 신인 2차 6라운드(전체 34순위)에서 SK에 지명된 뒤로 그는 한결같이 SK를 지키고 있다. 2000년 창단 된 SK의 산역사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채병용은 “(김)강민이 하고 가장 SK유니폼을 오래 입고 있다. SK에서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게 이제는 자부심이 됐다”며 껄껄 웃었다.
마당쇠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선수가 채병용이다. SK투수 중 최고참이지만 올 시즌에도 채병용은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주로 선발투수가 내려간 팽팽한 흐름에 올라와 상대로 넘어가는 흐름을 차단하는 역할이 많다. 선발투수가 주자를 남겨놓고 내려가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많다.
↑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8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만루에 등판한 SK 채병용이 두산 김재환을 삼진, 박세혁을 파울플라이로 처리한 후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등판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채병용은 “내 장점 중 하나가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다”라며 다시 웃었다. 그는 “마운드에서 즐겁게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 물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등판은) 다리가 떨리고, 긴장이 된다. 그래도 막으면 그 희열은 최고다. 재미도 있고, 덤덤하게 받아들인다”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채병용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돼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이를 갈아야 했다. 채병용은 “내가 시즌 준비가 덜 돼 있었다. 부족하니까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선수 생활을 관둘 건 아니지 않나. 방황은 했지만(웃음) 마음을 잡고, 강화에서 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생활이 지겨울 수도 있고, 때로는 ‘너무 많이 던진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을 때도 많았다. 2002년 1군 풀타임을 시작한 채병용은 우직함 하나로 18년을 SK에서 버텼다. 그는 “내가 실력이 못해서 그런거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지금 스피드가 중학교 3학년 때와 같다. 그만큼 나는 변하지 않는 투수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했다. 채병용은 “혹사라고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즐겁다. 투수라면 던지는 걸 좋아해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나같은 선수도 없긴 하다. 그래도 마운드에 올라가라고 하면 아직 내가 살아있구나, 내 이름 석 자가 아직 통할만 하구나라고 생각한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불만이란걸 가져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채병용의 트레이드 마크인 땀에 푹 젖은 모습. 그가 18년째 흘린 땀과 함께 SK도 성장했다. 사진=안준철 기자 |
채병용의 올 시즌 개인 목표는 없다. 그는 “베테랑은 팀에서 원하는 역할을 해줘야 할 때 빛나는 것 같다. 개인적인 목표를 앞세우는 것도 이상하고, 그런 것도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한국시리즈 등판이다. 채병용은 “내가 주축이 돼 우승한 게 두 차례였고, 벌써 10년 전 일이 됐다. 그 때는 결혼 전이기도 했다. 2010년 우승 때는 공익근무 중이었다”며 “은퇴하기 전에 우승을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채병용의 바람이 이뤄진다면 공익근무 소집해제 뒤인 2012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등판하게 된다.
“후배들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아쉬움이 남으면 안된다. 언제 관둘지 모르겠지만, 미련이 남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있다. 공 하나, 하나, 최선을 다해 던진다면 내가 바라는 게 이뤄질 것이라
채병용
1982년 4월 25일
185cm 100kg
우투우타
군산초-신월중-신일고
2001 SK 2차 6라운드(전체 34순위)
2008 KBO 정규리그 승률 1위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