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올해 프로야구 관중 유치 목표를 사상 최대인 879만 명으로 발표했다. 목표가 달성된다면 10개 구단 입장권 판매 수익은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평균 객단가(입장수입/관중수)는 1만693원이었다. 객단가가 6.4% 인상된다면 전체 입장 수입은 1000억원이 된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의 47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10여 년 전 프로야구단 마케팅 담당자들은 “프로야구 티켓 가치는 자장면 한 그릇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서울 시내 자장면 1그릇 가격은 3222원이었다. 이 해 프로야구 객단가는 3766원이었으며, 이듬해엔 3500원으로 떨어졌다. 당시 경영난을 겪었던 현대 유니콘스가 매물로 나왔을 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프로야구라는 산업의 미래는 매우 어두워 보였다.
↑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전경. 사진=천정환 기자 |
자장면 비유는 이제는 시효가 만료됐다. 프로야구 경기장은 주머니가 얇은 청년들에게 더 이상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2015년 서울 연고 LG 트윈스 구단의 객단가는 1만1484원이었다. 이해 서울 시내 자장면 가격(4591원)보다 2.5배 비쌌다. 31일 LG와 KIA의 시즌 개막전이 열리는 잠실구장 외야석 일반인 티켓 가격은 9000원이다. SK 와이번스는 올해 문학구장 입장권 총 65종 가운데 18개 항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프로야구 티켓은 지금까지 얼마나 올랐을까. 1982년 6개 구단은 관중 144만명을 유치해 21억3000만원을 벌어들였다. 객단가는 1481원이었다. 지난해 (871만명, 1만443원)와 비교하면 객단가는 7,2배로 상승했다.
하지만 36년 동안의 물가 상승을 감안해야 한다. 1985년 프로야구 객단가는 1928원이었고, 이 해 자장면 가격은 600원 가량이었다. 프로야구 입장권에는 자장면 세 그릇 정도 가격이 매겨졌던 셈이다. 당시 소득 수준으론 꽤나 비싼 가격이었다.
↑ <표>프로야구 객단가와 ‘자장면 지수’ |
1986~1988년 3저 호황 이후 국내 소비자 물가는 크게 뛰어오른다. 외식이나 공연 관람 등이 포함된 생활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1987년 4.3%에서 이듬해 9.2%가 됐다. 그리고 이후 4년 연속 10%대였다. 당시 정부는 물가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KBO에도 입장권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입장이 전달됐다. 생활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11.0%던 1989년에 프로야구 객단가는 거꾸로 1.9% 하락했다.
통계청은 1985년 이후 생활서비스 물가상승률을 공개하고 있다. 프로야구 객단가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금액을 ‘조정 객단가’라고 하자. 실제 객단가가 조정 객단가보다 낮으면 프로야구 티켓 가격이 물가에 비해 싸다는 의미다. 높으면 그 반대다.
↑ <그래프>1985~2017년 프로야구 객단가와 생활서비스 물가지수로 조정한 객단가 |
특히 1998년 이후에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1999년 실제 객단가는 조정 객단가보다 1148원이 쌌고, 2006년엔 사상 최대치인 3261원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물가 상승률을 적용하면 객단가가 6761원이 돼야 했지만, 실제 금액은 3500원이었다. 야구단 사람들이 ‘자장면 한 그릇’ 이야기를 하던 때였다.
1998년은 IMF 위기 직후다. 삶이 팍팍해진 시민들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크게 줄였다. 프로야구 경기 관람료도 ‘줄여야 할 지출’이었다. 1997년 390만 명이던 프로야구 관중은 다음해 264만 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팬들이 구장을 찾지 않는데 구단이 입장료를 올릴 방법은 없었다. 반대로 저가 정책을 펴야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2002년엔 객단가가 전년 대비 13.3%나 감소했지만, 총 관중은 오히려 60만 명 가까이 줄었다.
IMF 위기가 지나간 뒤 국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회복됐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그 수혜를 받지 못했다. 프로야구는 ‘상품’ 자체의 가치가 떨어졌다. TV로 중계되는 메이저리그보다 경기의 질은 조악했고, 낡고 냄새나는 야구장 좌석은 팬들의 티켓 재구매 의욕을 떨어뜨렸다.
상황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반전됐다. ‘한국 야구’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베이징 금메달은 특기할 만한 사건이었다. 팬들이 다시 야구장을 찾기 시작했고, 야구장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최초로 600만 관중이 입장한 2011년은 1985년 이후 최초로 실제 객단가가 조정 객단가를 앞선 해이기도 하다.
2011년 이후론 가파른 상승세다. 2004년 1.16까지 떨어졌던 ‘자장면 지수’도 2011년 2.03으로 회복됐다. 프로야구 티켓은 최초에 자장면 세 그릇 가격이었다가 한 그릇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두 그릇 가격으로 회복됐다. 다른 가격과 비교할 수도 있다. 1985년 프로야구 객단가는 1928원으로 서울 시내 영화관 입장료(2500원)보다 23% 저렴했다. 2015년엔 반대로 9.3% 비싸다.
프로야구 입장권 가격은 오랫동안 저평가돼 왔다. 2010년대에 와서 비로소 균형을 맞췄고, 이후에는 상승 국면이다. KBO나 구단의 입장에선 티켓 가격이 정상화 내지 현실화 되는 과정이. 하지만 소비자인 팬 입장에서 가파른 상승 추세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2015년의 프로야구 객단가는 10년 전보다 160%, 5년 전보다 40% 올랐다.
아직까지는 프로야구 입장료에 대한 저항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싸진 티켓 가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