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지난해 프로야구 한 경기에 걸린 시간은 평균 3시간 21분이었다.
2016년 3시간 25분보다는 4분 단축됐다. 하지만 2015년의 3시간 21분과 같은 수치다. 경기 시간과 비슷한 패턴으로 2017년이 2015년과 비슷하고 2016년보다는 줄어든 기록이 있다. 이닝당 출루다.
지난해 KBO리그의 이닝당 출루는 1.48회였다. 2015년의 1.49회와 거의 비슷하다. 경기시간이 3시간 25분이었던 2016년엔 1.56회였는데, 역대 최장 경기시간 기록(3시간27분)이 나왔던 2014년도 같은 1.56회였다.
↑ KBO리그는 지난해 볼넷이 줄었으나 안타가 줄지 않았다. 지금의 투타 불균형은 타자들이 더 강하고 빠른 타구를 날려 보내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손아섭(사진)은 지난해 193개의 안타를 쳤다. 사진=김영구 기자 |
KBO리그에서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투구와 투구, 타석과 타석 간 인터벌이 길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선수들이 오랫동안 몸에 익은 경기 리듬이 일순간에 달라지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투구와 타석 수 자체가 줄어드는 게 다음으로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 타석에 소요되는 투구 수 자체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KBO리그의 타석당 투구수는 2008년 이후 줄곧 3.82~3.89개를 유지해왔다. 결국 타자들의 출루가 줄어들면서 타석 수가 줄어든 게 지난해 경기 시간 단축의 가장 큰 이유다.
타석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건 스트라이크존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스트라이크존을 ‘규칙대로’ 적용하겠다고 결정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패로 존 조정에는 탄력이 붙었지만, 지나친 타고투저의 완화책으로 전부터 논의됐었다.
KBO리그 심판들은 규칙에 비해 높은 코스와 네 모서리를 찌르는 공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박했다. 2017년엔 전 시즌들에 비해 실질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던 셈이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 투수에게 유리해지고, 타자의 출루와 출루를 전제로 하는 득점은 줄어든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경기시간 단축과 타고투저 완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KBO 관계자는 12일 “올해 스트라이크존 운영 방침은 지난해와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아니었다. 이닝당 출루는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16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존이 더 좁았던 2015년과 같았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리그 평균자책점(4.98)은 2015년(4.89)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출루는 크게 안타와 볼넷으로 이뤄진다. 2017시즌의 존 ‘확대’는 볼넷을 줄이는 데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9이닝당 볼넷은 3.78개에서 3.18개로 줄어들었는데,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프로야구 원년 이후 다섯 번째로 낮다.
하지만 안타를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해 9이닝당 안타는 10.14개로 2016년(10.23개)에 비해 거의 차이가 없었다. 2015년(9.72개)보다는 0.42개 많다. KBO리그 역사상 9이닝당 안타가 두 자릿수인 시즌은 모두 세 번인데, 모두 최근 4시즌(2014~2017년)에 집중됐다.
메이저리그에서 1963~1968년은 ‘투수들의 시대’로 불린다. 1963년부터 위아래를 늘린 스크라이크존을 적용했고, 이후 타격 지수는 급격히 하락했다. 1968년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은 2.98이었다.
이 6시즌 동안 아메리칸리그의 9이닝당 볼넷은 3.13으로 앞 6시즌(3.50개)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이 점은 2016년과 2017년 KBO리그에서 일어났던 일과 같다. 하지만 당시 메이저리그에선 안타도 줄어들었지만, KBO리그에선 그렇지 않았다.
결국 타자들의 능력 향상을 투수들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0년대 프로야구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일단 페어지역으로 타구가 나가면 안타가 될 확률이 높다. KBO리그 역사상 인플레이타구타율(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