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김재호 특파원]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 클럽하우스. 한켠에 놓인 TV에는 메이저리그 팀인 트윈스의 경기 장면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그 방을 가득 메운 선수들이 원하는 하나의 꿈이 화면을 타고 있었다.
"사실 그곳에 있으면서 미네소타 팀은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
지난 4일(한국시간) 넥센히어로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박병호(31)는 작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미네소타와의 4년 계약중 두번째 시즌,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도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그가 트리플A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미네소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직전 시즌 100패 이상을 기록한 뒤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팀이 됐다.
↑ 박병호는 자신의 전성기를 보냈던 넥센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사진(美 서프라이즈)= 김재호 특파원 |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2017시즌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많은 시간을 쉬었고, 이후 한동안 타격 슬럼프에 시달렸다. 지난 시즌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빠른 공에 대처하지 못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95마일짜리 투구를 상대로 홈런도 치고, 안타도 때렸다. 내 스스로 강하게 이겨내지 못한 것이 컸다. 성적이 안좋으면 화가 나고 그러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이겨내지 못했고 그안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했다."
그는 마이너리그의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슬기롭게 해쳐나가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도 미국에 남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결국 그는 2년 650만 달러(바이아웃 포함)라는 적지 않은 계약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장석 대표팀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고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선택은 내가 한 거이다. 미국에서 짧지만 2년이라는 시간동안 후회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야구를 해왔고, 나 스스로 인정할 것은 인정했기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는 타겟필드(미네소타 홈구장)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는 그. 그는 "또 (해외 진출) 기회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미국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여기서 열심히 해야한다. 새로운 꿈이 생기고 그런 것은 없다"며 이제 넥센 선수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014, 2015 2년 연속 50홈런을 넘겼던 그는 "내가 한국에 돌아온다고 했을 때, 환영하는 분들이 반, 아닌 분들이 반일거라 생각했다. 2년전 넥센에서 뛰며 해야하는 역할이 있었고, 돌아와서도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최대한 열심히 할 것이다.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면 환영하지 않았던 팬들도 다시 그 모습을 보고 찾아오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사진=ⓒAFPBBNews = News1 |
"마이너리그 있을 때도 이런 생각을 했다. 어쨌든 유니폼 입고 야구하고 있잖아? 그것을 위안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