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31일 한화를 끝으로 프로야구 KBO리그 10개 구단의 재계약 협상이 마무리 됐다. 각 구단마다 결과적으로 속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한파는 프로야구에도 불었다. 적지 않은 선수가 삭감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FA 계약이 끝난 베테랑에게는 추운 겨울이었다. 장원삼(삼성·7억5000만원→2억원), 이용규(한화·9억원→4억원), 이대수(SK·3억5000만원→7000만원)는 연봉이 큰 폭으로 깎였다. 장원삼과 이용규는 역대 삭감 금액 1,2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그렇지만 삭감보다 인상의 훈풍이 더 많이 불었다. 올해도 억대 연봉자가 여럿 탄생했다. 신인상 이정후(넥센)를 비롯해 장현식(NC), 함덕주(두산) 등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활약한 젊은 선수들이 큰 선물을 받았다.
↑ 구자욱(왼쪽)과 김하성(오른쪽)은 2015년 신인상을 두고 경쟁했다. 어느덧 간판선수로 성장한 둘은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다만 인상된 선수가 모두 대박을 치지는 않았다. 전년도 연봉과 비교해 소폭으로 오른 선수도 적지 않다. 물론, 동결된 이도 있다. 그들에게는 잭팟을 터뜨린 선후배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선수의 연봉은 해마다 곡선을 그린다. 올라가기도 하나 내려가기도 한다. 때로는 제자리이기도 하다. 현역 KBO리그 최고 좌투수로 꼽히는 양현종(KIA)과 김광현(SK)도 한때 연봉 삭감을 경험했다.
그 가운데 가파르게 상승 곡선만 그리는 이들도 있다. 류현진(LA 다저스), 최정(SK)은 FA 권리를 행사하기 전까지 해마다 연봉이 올랐다. FA는 아니지만 그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선수들이 꽤 있다.
4억3000만원에 도장을 찍은 나성범(NC)은 2012년 프로 입문 이후 연봉이 늘 올랐다(2400만원→4000만원→7500만원→2억2000만원→3억원→3억5000만원→4억3000만원). 류현진이 갖고 있던 역대 7년차 최고 연봉 타이 기록도 세웠다. 4시즌 연속 100타점에 하나가 모자랐으나 3할 타율과 20홈런 기록 행진은 5시즌 연속 도전을 이어간다.
5년차 이상된 NC 선수 중 나성범 같은 경우는 없다. 3억2000만원의 박민우, 1억8800만원의 이민호, 1억2000만원의 장현식도 과거 동결된 적이 있다.
김하성(넥센)은 3억2000만원에 계약하면서 나성범이 보유한 역대 5년차 최고 연봉(3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포스트 강정호로 거론된 김하성은 어느새 넥센의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그의 빠른 성장은 연봉만큼이나 꺾일 줄 모른다. 최근 3년간 인상금액만 1억2000만원-6000만원-1억원이다.
넥센의 2017년 2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 가운데 인상된 선수는 김하성뿐이다. 1995년생으로 23세다. FA 및 해외 복귀파를 제외한 넥센 선수 중 최고 연봉자는 3억8000만원의 서건창이다. 1년 전 1억8000만원이었던 둘의 연봉 차는 6000만원으로 줄었다.
김하성과 2015년 신인상 경쟁을 벌여 승리했던 구자욱(삼성)도 꾸준하게 연봉이 올랐다. 군 복무를 마친 뒤 2700만원(2015년)이었던 구자욱의 연봉은 8000만원→1억6000만원→2억5000만원으로 인상됐다. 그리고 2년 연속 팀 내 최고 인상 금액이다.
↑ 나성범은 프로 입문 후 한 번도 연봉이 동결되거나 삭감된 적이 없다. 사진=김영구 기자 |
FA 보상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강한울은 첫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억대 연봉(1억5500만원) 대열에 합류했다. 6500만원이 올랐는데 그의 데뷔 후 최고 인상 금액이다. 강한울의 연봉 곡선 역시 오르기만 했다.
또래보다 늦게 꽃을 핀 박건우(두산)도 최저 연봉 인상으로 깎인 적은 없다. 그렇지만 2016년부터는 스스로의 힘으로 대박의 꿈을 이뤘다. 2015년 3500만원이었던 박건우의 연봉은 3년 뒤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박건우의 2018년 연봉은 3억7000만원.
거인의 에이스로 성장한 박세웅(롯데)도 해마다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해 첫 억대 연봉(1억원)을 받았던 박세웅은 올해 2억5000만원을 받는다.
박세웅과 같은 해 프로에 입문한 양석환(LG·1억6000만원)과 고영표(kt·1억1500만원)도 5번째 시즌을 마친 뒤에야
김윤동(KIA)과 박세혁(두산)은 동결 및 삭감 없이 오르더니 각각 1억5000만원과 1억원에 계약했다. 해외 진출로 또래보다 늦게 KBO리그 무대를 노크한 장필준(삼성)과 김재윤(kt)도 꾸준히 인상되더니 4년차 연봉에 억대 도장을 찍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