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글쎄요, 많이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예상도 빠르진 않았어요.”
SK와이번스 베테랑 우완 투수 박정배(36)는 수줍게 웃었다. 지난 1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인근에서 만난 그에게 “프로 데뷔 후 예상한 억대연봉 진입 기간이 어땠냐”는 질문을 던졌다. 답변은 금방 나왔다. 박정배는 “사실 야구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모두 프로선수가 꿈이지 않느냐. 그 꿈을 이뤘을 때가 좋았다. 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았을 때 정말 좋았고, 150km의 공을 던졌을 때도 좋았다. 그렇게 하나씩 이뤄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게 행복하다”며 “예상은 빠르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빠른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박정배는 2018시즌도 건강히 던질 자신감에 불 타 있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아프지 않았다"며 "몸 상태는 이상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박정배는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불린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잦은 부상에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7~2008년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하느라 2011시즌까지 1군 등판은 52경기에 불과했지만, 그리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진 못했다. 2011시즌 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박정배는 방출통보를 받았다. 이미 2차 드래프트가 끝난 시점이었다. 박정배는 “구단에서 전력분석요원을 제안했는데, 선수를 더 하고 싶었다. 다행히 SK에서 제의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SK로 둥지를 옮긴 박정배는 잠재력이 폭발했다. 2012시즌 37경기 77⅓을 던져 4승3패 3홀드 평균자책점 3.14로 불펜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2013년에는 3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5에 14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2014년에는 투수조 조장을 맡아 시즌 초반 다승 선두를 달리기도 했고, 생애 첫 올스타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던졌다. 결국 그해 9월 어깨 수술을 받았다. 투수, 그것도 30대의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박정배도 “투수조장을 하면서 무게감을 느끼던 시절이었다. 내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그러나 박정배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무시무시한 재활 속도로 2015년 8월 1군 마운드에 다시 섰다. 재활 확률이 떨어지는 어깨 수술치고는 빠른 복귀였고, 이후 3시즌을 더 치렀다. 박정배는 “하도 아프다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아프면 쉬었다 던지고 그랬다. 결국에는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며 “김경태 코치님과 최창호 코치님이 재활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빨리 복귀할 수 있었다. 정말 주위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재활 과정에 브레이크가 없었다. 이젠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박정배는 SK불펜의 유일한 낙이었다. 2017시즌 SK불펜은 10개 구단 중 가장 헐거웠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도 없었고, 근소한 점수 차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박정배는 61경기 68이닝을 던져 5승3패 7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거두며 SK불펜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 지난 23일 인천공항에서 미국 플로리다 출국을 앞둔 박정배. 굳은 인상이었던 그는 최근 들어 웃는 모습이 많아졌다. 사진=박정배 제공 |
지난 23일 박정배는 선발대로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먼저 출국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 어떤 수치는 없다. 70~80%까지 몸을 끌어올렸으니, 이제 100%를 만든 뒤 시즌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박정배는 “올해는 우리팀 성적이 잘 나올 것 같다. 다들 긍정적이다”라며 “박찬호 선배(박정배의 초·중·고·대학 선배)가 예전에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아라’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요새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욕심 내지 않고, 아프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후배들과 함께 가을야구에서도 멋진 경기 하고 싶다”는 각오를
박정배
1982년 4월 1일생
180cm, 85kg
공주중동초-공주중-공주고-한양대
2005년 두산 2차 6라운드 전체 41순위
두산 베어스(2005~2011)-SK와이번스(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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