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LG의 후반기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틀 연속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 중심에는 박용택(38)이 있었다.
LG에게는 패색이 짙던 27일 경기였다. 2-3으로 뒤진 가운데 9회말 2아웃. 아웃카운트 1개만 잡히면 경기 종료였다.
그러나 26일 경기에서도 황목치승의 놀라운 슬라이딩으로 동점을 만든 뒤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 승리를 거뒀던 LG다. 그 질긴 뒷심은 하루를 더 갔다. 강승호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박용택이 끝내기 역전 홈런으로 마무리 지었다.
↑ LG 트윈스의 박용택은 2011년 4월 1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297일 만에 끝내기 홈런(개인 통산 3호)을 기록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박용택은 속구만을 노렸다. 그는 “한현희가 선발투수였을 때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그러나 마무리투수는 아무래도 힘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코스에 공이 날아와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박용택의 홈런 구종은 인코스 142km 속구였다.
한현희의 초구에 반응했던 박용택이다. 타구는 살짝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아쉬움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박용택은 오히려 자신감을 가졌다. 그는 “(파울이었지만)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오버 스윙 등 미스플레이만 안 하면 좋은 결과를 낼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박용택의 개인 3번째 끝내기 홈런이다. 박용택은 마치 컴퓨터 같이 자신의 끝내기 홈런 기록을 정확하게 기억했다. 이제 그 기록에는 3개의 팀과 3명의 투수 이름이 저장됐다.
LG는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자칫 넥센과 3연전을 다 내줄 뻔 했다. 그러나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박용택의 역할이 컸다. 박용택은 26일 경기에서도 1-3으로 뒤진 1사 1루서 1타점 2루타를 날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를 대신해 2루에 나간 황목치승이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박용택은 “정말 기분이 좋다. 2경기 연속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어제 (황복)치승이의 10승짜리 플레이가 오늘까지 좋은 기운이 생긴 것 같다. 오늘 내 홈런은 3승짜리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용택은 후반기 들어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끝내기 홈런까지 31타수 15안타로 타율 0.484를 기록하고 있다.
박용택은 “최근 10년간 전반기 스윙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쉬면서 정리를 했다. 나름대로 콘셉트도 잡았는데 후반기 들어 내가 생각하는 스윙이 나오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LG는 이날 넥센을 꺾으면서 4위로 도약했다. 이틀 만에 2계단이 올랐다. 그러나 박용택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차피 장기전이다. 그는 “현재 순위는 의미가 없다. 올해는 정말 쉬운 경기가 없다. 끝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LG는 후반기 들어 6승 2패를 기록했다. 2014년과 2016년 후반기에 반등하며 포스트시즌까지 올랐던 LG다.
박용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후반기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번 하고, 또 1번 하면, 마음속으로 힘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다는 힘이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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