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시범경기에서 KIA타이거즈 로저 버나디나(33)는 22타수 5안타 1타점으로 아쉬움을 보였다. 더 우려됐던 부분은 대부분 내야 땅볼이었다. 4월까지 타율 0.255, 9타점이었고, 5월 들어 10경기에서 타율 0.176로 더욱 저조했으며 급기야 선발라인업에서 빠지는 일도 있었다. 극심한 부진에서 버나디나는 절치부심했고, 스스로 찾은 돌파구가 바로 몸 쪽 대처 방법이었다.
↑ KIA타이거즈 타선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로저 버나디나. 사진=MK스포츠 DB
지난 2일 잠실 LG트윈스전에 앞서 버나디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타격페이스가 상당히 좋은데 시즌 초반과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질문을 던졌다. KBO리그에 와서 느낀 부분은 “몸 쪽 코스와 변화구였다”고 한다. 특히 몸 쪽은 대처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상당히 힘들었다는 버나디나는 스스로 찾은 해결책으로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는 동작인 스트라이드 방법과, 배트를 앞으로 가지고 나오는 손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몸 쪽 빠른 볼에 대처가 가능해졌고 자연스럽게 변화구에도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 사진 1-1. 7월2일 LG이동현의 몸쪽 빠른볼 우측 홈런
사진 1-1에서 보면 타석에서 스트라이드 하기 직전 왼발은 타석에서 뒤쪽에 있으며 오른발은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크로스로 서 있다. 투수가 던진 볼을 보고 스트라이드 할 때 오른발의 위치를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들어가거나(크로스)와 빼며(오픈) 공간을 확보한다. 사진 1-1의 오른쪽 사진은 볼이 몸 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며 오른발을 오픈 하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사진 1-2. 오른발을 오픈 하며 몸쪽 코스를 받아치고 있다.
사진 1-2에서 보면 앞다리(오른발)를 오픈 하며 몸 쪽 코스를 공략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후 강한 회전력으로 홈런을 만들었다. LG 이동현이 던진 볼은 몸 쪽에 꽉 차서 공략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 볼을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앞다리(오른쪽)를 오픈 하다 보면 오른쪽 어깨가 일찍 열리면서 빠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 부분은 코스에 따라 어깨를 여는 타이밍을 조절하며 바깥코스까지 커버하고 있다고 한다.
↑ 사진 1-3. 버나디나의 경쾌한 팔로우 드로우.
팔로우 드로우는 타자가 스윙한 궤적을 보여주는 동작으로 배트가 몸에 잘 붙어서 나오는 인-아웃 스윙이 되면 자연스럽게 팔로우 드로우는 커지게 된다. 사진 1-3을 보면 굉장히 큰 스윙을 확인 할 수 있다.
버나디나는 준비동작에서 스트라이드 체중이동 구간에서 여유가 생기며 떨어지는 유인구를 잘 골라내고 있다. 보통 약 145km의 볼이 0.4초 내외로 홈 플레이트로 들어오기 때문에 준비동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난다.
버나디나의 빠른 발은 도루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짧은 안타에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베이스러닝은 더욱 더 인상적이다. KIA의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은 한 선수만의 활약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선수들 모두 고른 활약과 함께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다. 그 중심에 버나디나의 타격과 베이스러닝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시즌 초반 버나디나가 KBO리그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겪었을 심리적 고통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잘 견뎌내며 자신의 장점을 살려내는 방법으로 이를 극복했다. 특히 몸쪽 코스에 대한 적응을 통해 이제는 KIA의 핵심선수로 자리 잡았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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