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최근 3년 동안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는 단연 임창민(32·NC)이다.
임창민은 지난 15일 고척 넥센전서 세이브를 거둬 3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했다. 역대 11번째에 불과한 기록. 그만큼 롱런하는 마무리투수가 흔치 않다는 걸 보여준다. 임창민은 마무리 첫 해인 2015시즌 31세이브, 2016시즌 26세이브를 기록했다. 2년 동안 타이틀은 따내지 못했지만 총합 57세이브(1위)로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었다.
올 시즌 페이스는 훨씬 좋다. 이제 반환점을 돈 시점서 21세이브를 거뒀다. 2위와 8개 차이, 넉넉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2.06(35이닝 8자책)으로 가장 좋은 수치다.
↑ 현 시점, 가장 안정감 있는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한 NC 다이노스 임창민. 사진(창원)=강윤지 기자 |
현재 세이브 부문 선두로, 생애 첫 타이틀 획득에 도전한다. 시즌 전에도 임창민은 구원왕 타이틀에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은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부상이나 보직 변경 같은 변수도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니까”라며 막상 시즌 중에는 담담하려 하지만. 막상 첫 타이틀을 따낸다면 그제야 실감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시상식에서 상 하나 받으면 다를 것 같다”고.
타이틀 경쟁자인 김재윤(kt), 손승락(롯데), 정우람(한화) 등에 비해 도드라지게 뛰어난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나보다 나은 점은 확실히 눈에 띈다. 정우람은 변화구와 제구가 좋고, 김재윤은 압도적인 구위가 있지 않나.” 그렇지만 그만의 장점도 분명 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떨어지는 게 없다는 게 장점 아닐까. 어느 부분이건 간에 골고루, 항상 모든 스탯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공존한다.
데뷔 이래 총 83세이브를 거두고 있다. 올 시즌 내에 통산 100세이브가 나올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에 대해 임창민은 “시즌 초반에는 올해 달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생각해보니까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페이스가 좀 떨어지기도 했고, 올해는 경기 페이스가 너무 빠르다. 비도 오지 않으니 팀에서 휴식을 줄 것 같기도 하다. 내년을 보고 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2년 동안 시즌 막판에 눈에 띄게 떨어지는 체력이 아쉬웠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더욱 단단히 준비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대체 발탁됐을 때는 마치 트레이너처럼 트레이닝 소도구를 잔뜩 챙겨가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임창민은 “타자는 야구를 머리로 하지만 투수는 몸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몸이 안 따라오면 내가 아무리 타자를 연구하고 좋은 쪽에 공을 던져도 타자를 이길 수 없다. 일단 몸이 돼야 한다”며 유독 신경 쓰는 이유를 설명한다.
↑ 임창민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선수를 꿈꾼다. 사진=MK스포츠 DB |
임창민은 시즌 전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NC 불펜 하면 내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현 시점에서 이 포부는 이미 현실이 돼 있다. 현 시점서 다시 물으니 임창민은 “NC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이고 싶다”는 더 큰 바람을 드러낸다. 그는 “다른 선수들도 잘하고 있어서 좀 더 분발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는 팀에서 ‘명언제조기’로 통한다. 몇 차례 인터뷰서 팬들의 뇌리에 박히는 명언들이 등장했다. 임창민은 “내 생각을 얘기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게 몇 개 있었다. 그런데 우리 팀이 이슈가 잘 되지는 않는다. 이제야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다소 섭섭한(?) 마음도 드러낸다.
이제야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는 임창민.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올스타전 팬 투표는 뜻 깊다. 임창민은 현재 나눔 올스타 마무리투수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이를 유지한다면 데뷔 후 처음으로 ‘베스트12’에 들게 된다. 그는 “많이 앞서가고 있더라. 베스트로 가는 건 감독추천과는 다르니까 의미 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시는 것 같고, 그래서 기분도 좀 남다르다”고 말했다. 올스타는 팀 팬들의 지지만으로 선정되기는 힘들다. 임창민은 “나를 찍은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제 많이 알아보시는구나 싶다”고 웃었다.
↑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게 없다고. NC 동료들과 함께하는 우승이 가장 기쁠 것 같다는 상상을 한다. 사진=MK스포츠 DB |
현 KBO리그에는 트레이드가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선수가 꽤 있다. 임창민도 그 성공 사례 중 하나다. 2012시즌 종료 후 넥센에서 NC로 트레이드돼 온 이래, NC의 1군 첫 시즌부터 함께해 팀 역사의 산증인이 돼가고 있다. 팀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사실은 특별하다.
올 시즌 NC는 유독 변화의 폭이 컸다. 팀이 세대교체를 천명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출전도 잦아졌다. 그런데도 팀 성적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나오고 있다. 임창민은 “올해 변화를 꾀하려고 리빌딩 시즌에 들어가긴 했는데 생각 외로 성적이 너무 좋다. 지금 상태로는 성적을 바라고 가는 것 같은데, 또 올해보다는 내년 그리고 후년이 더 기대가 된다”고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는 투수조 조장까지 맡아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임창민은 ‘리더’라는 말에는 손사래를 친다. “나는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과는 동업자, 파트너다.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지만 동료이기 때문에 서로 배우고 조언도 해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하자’는 게 더 좋은 것 같고 그렇게 하려 한다.”
임창민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2군에서 그저 그런 선수로 남아있던 시절이다. 당시 힘들었던 기억을 하나 둘 어렵지 않게 꺼낸다. 그런데 서러웠던 기억은 술술 나오는 반면, 가장 좋았던 순간은 딱히 떠올리지 못한다. 임창민은 “가장 좋은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 첫 승 할 때도, 여러 세이브 할 때도 기뻤지만 가장 좋은 순간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팀이 우승할 때가 될 것 같다.” 마무리 투수로서 잠시 우승을 이끄는 상상을 해봐도 “우승 세리머니는 자신 없다”며 웃는다.
↑ 임창민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WBC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는 가방에 트레이닝 도구들을 챙겨 갔을 정도로 치열하게 준비하고 고민하는 선수다. 사진=MK스포츠 DB |
마무리투수는 중압감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는 자리다. 임창민도 그런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대하는 자세는 다르다. 야구로 받은 스트레스는 그 근본적인 원인인 야구로만 풀 수 있다고 믿는다. 음주 같은 방법은 ‘도피’라고. “후배들에게 얘기하면 다 웃는다”고 하지만 그만의 신념이 있다.
취미도 왠지 그의 모습 그대로 어딘가 올곧다는 인상을 준다. “무언가 보는 걸 좋아한다. 영화나 공연을 보거나, 가끔은 게임도 즐긴다”는 그는 요즘에는 특히 강의 프로그램에 마음을 빼앗겼다. ‘어쩌다 어른’이나 ‘차이나는 클라스’ 같은 프로그램을 시간 날 때마다 보고 있다고.
자신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살뜰하게 챙긴다.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 ‘임창민 각성’, ‘임창민 결혼’, ‘임사장’ 등을 꿰고 있는 건 기본. 승계주자 실점을 많이 하던 시절 ‘임사장’이라고 불릴 때도 있었지만 그런 오명은 실력으로 떨쳐냈다. 대신 마음에 쏙 드는 별명이 생겼다. 임창민은 “지금 되게 좋은 별명이 나왔더라. ‘임뽀송’(땀 흘릴 필요 없이 가볍게 던지고 들어갈 때를 뽀송하다고 표현)이라고. 그런 상황, 의미가 좋다”고 흡족해했다.
10년 전 임창민이 그렸던 모습과 현재의 임창민은 크게 다르다. “모든 선수들은 자기 인생이 고속도로인 줄 안다. 아마추어 때 최고였고, 프로에서도 최고일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현실은 모든 선수들이 경쟁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거다. 옛날 생각하면 난 ‘난 특별해’ 하던 왕자병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준비를 많이 하고, 누구에게나 이 자리를 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힘들게 사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임창민은 한 순간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임창민
1985년 8월 25일 생.
2008년 2차 2라운
2015년부터 마무리로 자리매김. 2015시즌 31세이브(2위)-2016시즌 26세이브(3위)-2017시즌 21세이브(1위) 진행 중. 통산 83세이브.
2015 프리미어12, 2017 WBC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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