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NC 다이노스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30)는 ‘그 대단한’ 에릭 테임즈(밀워키)의 대체자로 KBO리그에 입성했다. 영입 직후부터 스크럭스를 이야기할 때 테임즈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제2의 테임즈가 아닌 제1의 스크럭스로 그만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먼저 선수들에게도 다가가고, 잘한다. 예뻐할 수밖에 없다”며 스크럭스의 매력에 매료된 모습. 언제나 활기차면서 경기 중에는 승부욕을 불태우니, 기특하게만 보인다.
스크럭스는 팀이 치른 55경기 중 1경기만 제외하고 매 경기를 선발로 나서 타율 0.274, 14홈런(공동 3위), 40타점(공동 3위) OPS(출루율+장타율) 0.922(10위)등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 스크럭스는 제1의 스크럭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다친 곳은 괜찮은지를 묻자 바로 “아야~ 아이고”라는 말을 웃음기와 함께 뱉어낸다. 한 번 배운 한국어는 기가 막히게 구사할 줄 안다.
최근 경기 중 머리에 공을 맞는 부상이 있었다. 6월 30일 마산 KIA전서 최영필의 투구에 왼쪽 머리 측면 귀 뒤쪽을 맞은 스크럭스는 그 즉시 두통을 느꼈다. CT 촬영 결과 다행히 단순 타박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이튿날 하루 쉬었지만 다음 경기부터는 또 무사히 출전하고 있다.
스크럭스는 “안녕하세요”와 “안녕하십니까”를 구별해 사용하는 외국인이다. 김경문 감독에게는 고개 숙이며 “안녕하십니까”를 크게 외치고, 다른 관계자들과는 그보다 가볍게 “안녕하세요”를 나눈다. 스크럭스는 “‘안녕하십니까’는 나이 많은(격식을 차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안녕하세요’는 그보다는 친한 형에게 하는 것 아니냐”며 “팀 동료들, 통역 등 모든 사람들이 내게 (이런 차이를) 가르쳐 준다. 이를 잘 알아야 코치님들에게도 예의를 더 차릴 수 있다”고 열심히 한국어를 습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타고난 흥 부자, 스크럭스는 케이팝까지 금세 섭렵했다. 사진=강윤지 기자 |
한국 생활, 한국 야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의 성격을 빼놓을 수는 없다. 새로운 곳에 빠르게 적응하게 돕는 원동력이 됐다. 스크럭스 역시 이러한 점을 인정한다. “새로운 문화, 나라에 적응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마음이 열려있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성격 덕분인지, 딱히 고민도 없다. 야구에 관해서나 일상에서나 자신 있게 “나는 고민이 없다”고 말한다. 야구는 항상 재미있고 좋다. 생활면에서도 구단 통역,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 5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팀 동료 에릭 해커 등 모든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활짝 웃는다.
↑ “매일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스크럭스의 가장 큰 목표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일상의 모든 것이 즐거운 긍정적인 그이지만 경기를 시작하면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진다. 가끔은 어떤 모습이 진짜일까 싶을 정도로 예민한 구석도 드러낸다. 그의 진짜 성격은 전자에 가깝지만 경기 중 나오는 진지함도 그의 일부다. 스크럭스는 “경기장 밖에서는 즐기고 여유롭게 지내려 하는데 경기에 들어가면 항상 집중하려 노력한다. 경기 할 때도 여유롭게 하려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집중이 우선이다”고 말한다.
환경을 바꿔가면서까지 야구를 하는 이유도 그의 단순한 성격을 닮아있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공을 세게, 멀리 치는 것을 좋아했다.” 또 하나, 야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도 참 매력적이다. 특히 팀 동료, 코칭스태프 등 야구로 이어진 인연들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크게 와 닿는다.
스크럭스에게는 기분 좋은 징크스가 하나 있다. 올 시즌 그가 홈런을 친 12경기서 팀이 항상 이겼다. 그 역시 이러한 징크스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팀 승리를 위해 쳐야 한다. 지기 싫으니까 (징크스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말한다. 특별히 타이틀 욕심 같은 건 없다. 그저 “팀이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며 매일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올 시즌 스크럭스의 성적을 보면 극과 극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볼넷 32개(2위), 삼진 67개(1위) 모두 리그에서 손꼽히게 많다. 이에 대해 스크럭스는 “보통 이 정도로 삼진을 많이 당한 적이 없었다”면서 “나는 좋은 선구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또 나만의 스윙을 연습하고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단계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 팀 동료, 코칭스태프를 향한 애정도 남다르다. 사진=MK스포츠 DB |
그가 바라보는 팀 NC는 어떤 모습일까. 올 시즌 NC는 세대교체를 선언한 만큼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엔트리를 지키고 있다. 스크럭스는 그들을 보며 이따금 자신의 20대 초반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스크럭스는 “어렸을 때도 내게 잠재력이나 운동신경이 있다는 건 알았다. 파워는 장점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내가 뭘 하는지 모르고 했었다. 그 점이 정말 아쉽다. 지금까지 오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굉장히 많이 노력한 후에야 지금의 내가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그에 비하면 지금의 NC 선수들, 박민우 같은 선수들은 나보다 잠재력이 더 많다. 나는 파워밖에 없었는데, 이들은 정말 스킬이 엄청나다. 컸을 때는 나를 넘어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애정과 신뢰를 듬뿍 보내주는 김경문 감독에게도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한다. 스크럭스는 “감독님이 영어도 하셔서 항상 먼저 말을 걸어주신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아내와 부모님한테도 잘해주셨고, 언제는 원정을 마치고 새벽 2시경 마산에 도착했는데 차도 태워다 주셨다. 남자다우시고 항상 잘해주신다”며 고마워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이유들보다도 가장 우선적으로 든 이유가 “잘생기셨다”는 이유였다. 김 감독은 이를 전해 듣고는 못 말린다는 듯 껄껄 웃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곳, 2017년 대한민국 그리고 NC 다이노스. 스크럭스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아시아 국가에 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떨 것이라고 예상을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모든 게 좋다. 도미니카 공화국, 콜롬비아에서도 야구를 했었는데 경제적으로 부흥하지 못했던 국가들이었다. 한국은 경제, 기술적으로도 발달돼 있어서 정말 좋다.”
↑ 스크럭스는 팀 NC와 보내는 2017시즌을 야구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강윤지 기자 |
하지만 지금의 시선은 좀 더 좁은 곳을 향해있다. ‘하루하루’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스크럭스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문화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하루하루 발전하는 게 목표다. 나중에 은퇴하고 자신을 돌아봤을 때 이 해가 정말 나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구나’, ‘좋은 한 해가 됐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란다.
*재비어 스크럭스(Xavier Scruggs)
1987년 미국 출생.
포웨이고교(캘리포니아주 소재)-네바다주립대 라스베가스캠퍼스(UNLV)
2008년 세인트루이스 지명(19라운드-전체 575순위)
2014년 메이저리그 데뷔. 세인트루이스(2014-15)
트리플A 통산 337경기 타율 0.271-출루율 0.371-장타율 0.485, 56홈런 194타점
2017년 ‘테임즈 대체자’로 KBO리그 데뷔. 총액 100만달러(연봉 80만-옵션 20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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