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최원태(20·넥센)는 시즌 8번째 등판을 앞둔 16일 묘한 꿈을 꿨다. 최원태가 마운드 위에 있는 가운데 김경언(한화)이 타석에 등장하는 꿈이었다. 현실로 이뤄졌다. 둘은 이날 고척 한화-넥센전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 마주했다.
꿈에서 둘의 대결 결과는 알 수 없었다. 최원태는 그 순간 깨어났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현실의 결과는 알 수 있었다. 아웃이었다. 최원태는 김경언을 잡으면서 4승을 거둘 수 있었다.
최원태는 “만약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면 첫 완봉까지 도전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감독님도 8회 2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1타자만 막으라고 하셨다. 김경언 선배가 마지막 타자라는 생각으로 더 집중해서 공을 던졌다”라고 밝혔다.
↑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의 최원태(오른쪽)는 16일 한화이글스전에서 8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째를 거뒀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최원태는 이날 상당히 인상적인 역투를 펼쳤다. 8회까지 27명의 타자를 상대해 4피안타 무4사구 8탈삼진을 기록했다. 실점은 1점. 중견수 박정음의 실책으로 비자책이었다.
지난해 한화전에 두 차례 나가 조기 강판하며 평균자책점 15.43을 기록했던 그 최원태가 아니었다. 한화 타자들은 최원태의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를 제대로 치지 못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더 잘 던지려고 노력했다. 5월 들어 퀄리티스타트를 하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최원태의 득점 지원은 0이었다.
최원태는 “(야수가 야속하기보다는)내가 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상대 투수보다 내가 더 실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넥센은 1회 서건창의 2루타와 윤석민의 적시타로 0의 균형을 일찌감치 깼다.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지만 득점은 2점이었다.
5회 서건창의 홈런이 없었다면, 승부의 흐름은 또 알 수 없었을 터다. 최원태도 “1회부터 점수를 뽑아서 오늘만큼은 대량 득점을 할 것 같았다. 역시 야구는 모른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원태는 한화전을 벼르고 별렀다. 평소보다 더 많이 준비했다. 지난 14일 잠실 한화-LG전(한화 1-4 패)은 좋은 참고자료였다.
최원태는 “오늘 경기를 위해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한화 타선이 임찬규(LG) 선배의 어떤 공을 놓쳤는지를 꼼꼼히 살폈다”라며 “요즘은 예전 같이 공을 세게 던지려고 하지 않는다. 경험해보니 정확하게 공을 던져야 맞지 않더라. 그렇게 자신감을 갖고서 스트라이크를 과감하게 던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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