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2017년 프로야구 KBO리그가 개막한 지 2주가 흘렀다. 팀당 12경기만 치렀으나 초반 예상을 깨고 뜻밖의 팀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KIA(9승 3패)가 737일 만에 단독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롯데, kt(이상 8승 4패), LG(7승 5패)가 상위권에 올라있다. 승패 마진이 ‘플러스’인 팀은 이른바 ‘엘롯키티’로 불리는 이 4개 팀 만이다.
KBO리그는 144경기를 치르는 마라톤이다. 이제 8.3% 구간을 통과했다. 그렇지만 초반 페이스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0승에 선착한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38.7%였다.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25.8%로 더 줄어든다. 가장 빨리 10번을 이긴다고 맨 위에 오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10승씩을 쌓아갈수록 그 가능성은 커진다. 20승만 선점해도 2배 가까이 증가한다. 20승 선점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60.7%,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46.4%였다.
10승 선점이 중요한 이유는 상위권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그저 운이 좋아 먼저 10승을 거둔 것이 아니다. 단일리그 체제로 굳혀진 2001년 이후 10승 고지를 가장 먼저 오른 팀은 거의 3위 안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가을야구가 예약돼 있다. 이번 주말 10승을 거둘 가능성이 있는 KIA, 롯데, kt에게는 강한 동기부여다.
↑ 2001년 10승에 가장 빨리 도달한 삼성과 한화는 포스트시즌에 나란히 올랐다. 사진=MK스포츠 DB |
2001년 8개 팀 중 먼저 시즌 10승을 차지한 팀은 삼성과 한화다. 두 팀 모두 15경기 만에 10승(5패)을 기록했다. 삼성은 거침이 없었다. 그해 유일하게 80승 고지까지 밟으며 81승 52패(승률 0.609)으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 8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다만 두산에 밀려 한국시리즈 우승은 놓쳤다.
한화는 시즌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61승 68패로 승률(0.473)이 5할도 안 됐다. 하지만 막차(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성공했다.
◆ 2004년: 현대의 마지막 우승
1996년 창단한 현대가 2004년 10승을 선점했다. 1998년(10승 4패)에 이어 2번째. 10승 2패(승률 0.833)로 6년 전보다 페이스가 더 좋았다.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던 현대는 삼성, 두산을 제치고 75승 5무 53패(승률 0.586)로 정규시즌 선두를 차지했다.
그리고 현대는 삼성과 역대 최장 한국시리즈의 혈투를 치른 끝에 통합 우승을 이뤘다. 현대의 마지막 우승 입맞춤이었다.
↑ 2006년 창단 첫 10승을 선점한 SK는 2007년 이후 왕조 시대를 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2000년부터 KBO리그에 참여한 SK는 7번째 시즌인 2006년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먼저 밟아봤다. 대기록도 함께 작성했다. 조범현 감독의 200승, 박경완의 포수 통산 최다 홈런(253)을 달성했다.
하지만 페이스가 떨어졌다. 추월당해 20승, 30승도 늦었다. SK는 60승 65패(승률 0.480)로 8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다. 2001년 이후 10승 선점 팀이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첫 사례다.
SK는 다음해 감독을 교체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SK는 2년 연속 10승에 선착했다. 달라진 것은 완주 후 위치였다. 이번에는 ‘반짝’하지 않았다. 20승, 40승, 60, 70승까지 선점하더니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뤘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2패 후 4승을 쓸어담으며 통합 우승을 일궜다.
SK는 2008년 통합 우승, 2009년 정규시즌 2위-한국시리즈 준우승, 2010년 통합우승으로 왕조 시대를 열었다.
◆ 2011년: SK, 삼성의 벽에 막히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SK는 2011년에도 가장 먼저 10번을 이겼다. 30승까지도 최소 경기로 도달했다. 그러나 삼성에 8.5경기차 뒤지면서 1위 자리를 넘겨줬다. SK는 한국시리즈에서 기회를 엿봤으나 1승 4패로 밀렸다.
삼성은 통합 우승을 기점으로 KBO리그를 지배했다. 2012년에도 SK를 한국시리즈에서 물리치면서 왕좌에 올랐다.
↑ 2013년 10승을 선점한 LG와 넥센은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하지만 최소 경기 10승의 KIA는 8위로 추락했다. 사진=MK스포츠 DB |
2013년 10승을 선점한 팀은 LG, 넥센, KIA였다. LG와 넥센은 가장 빨리 도달했고, KIA는 하루 늦었지만 최소 경기(14) 만에 달성했다. 하지만 시즌을 마친 후 3팀의 운명은 엇갈렸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2~4위가 결정됐다. LG는 74승 54패(승률 0.578)로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199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이 오른 쾌거였다. OPS 0.771의 거포군단 넥센은 한화에 패해 2위를 LG에 내줬지만 72승 2무 54패(승률 0.571)로 3위를 기록, 창단 이래 첫 포스트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KIA는 51승 3무 74패(승률 0.408)로 8위를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10승 선점 팀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초반 14경기에서 10번을 승리했던 KIA는 이후 114경기에서 41번 밖에 못 이겼다. 시즌 후 이순철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 경질의 후폭풍이 몰아쳤다.
↑ 두산은 2016년 단일 시즌 최다 승리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MK스포츠 DB |
2016년 10승에 선착한 팀은 두산이다.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2000년대 들어 10승 선점 시 2위(2005)-3위(2010)-3위(2012)에 머물렀으나 2016년은 달랐다.
2015년 삼성의 통합 우승 5연패를 저지했던 두산은 2016년 판타스틱4를 앞세워 거침없이 나아갔다. 가장 빨리 달리더니
큰 어려움 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까지 달성했다. NC를 상대로 역대 최소 실점의 전승 우승. 그리고 21년 만에 통합 우승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yijung@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