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꼴찌의 유쾌한 반란이다. 프로야구 초반 순위 라운드에 거센 kt위즈 돌풍이 불고 있다. kt는 11일 현재 7승1패로 10개 구단 중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한 막내 구단 kt는 2015~2016시즌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아직 8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kt의 상승세는 분명 지난 두 시즌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번째 시즌을 맞는 kt가 단독선두에 오른 것은 지난해 4월5일 3승1패로 단독선두에 오른 뒤로 약 1년 만이다. 하지만 1년 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때는 다른 구장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행운의 1위가 됐는데, 이번에는 kt 스스로 거둔 단독 1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kt는 4연승 중이다.
↑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위즈 경기에서 kt가 선발 피어밴드의 완봉승을 앞세워 3-0 승리를 거뒀다. kt 피어밴드는 9이닝 4피안타 11K로 시즌 2승과 함께 팀 4연승을 이끌었다. kt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돌풍의 조짐은 시범경기에서부터 나타났다. kt는 시범경기 7승1무3패(0.700)로 1위를 기록했었다. 시범경기 1위에 대한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기록은 남게 된다. 이는 막내구단 kt의 변화에 대한 예고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 대다수의 평가에 따르면 kt의 예상 성적은 하위권이었다. kt의 상승세가 쉼표 없이 이어질 것인지도 관건이 되는 분위기다.
▲ 돌풍 진원지는 ‘제로행진’ 불펜?...수비와 선발야구도 강점
올 시즌 kt는 마운드가 안정감을 찾으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특히 불펜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kt 불펜투수들은 7경기 연속 무실점, 22이닝 연속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9일 피어밴드의 완봉역투로 기회가 없긴 했지만 나머지 경기엔 모두 핵심적인 활약을 펼쳐 승리를 지켰다.
마무리 투수 김재윤(3⅓이닝)을 중심으로 우완 장시환(3⅓이닝)-조무근(2이닝), 좌완 심재민(3⅓이닝)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탄탄함을 자랑한다. 거기에 우완 이상화(3⅓이닝), 좌완 정성곤(1⅓이닝)과 사이드암 엄상백(2이닝)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김진욱 감독은 조무근의 부활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 71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88의 성적을 거두며 불펜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혹독한 2년차 시즌을 보냈다. 38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8.61로 치솟았다. 첫 해 너무 많이 던진 게 화근이 됐다. 김 감독도 “지난해 심적으로 고생이 많았다. 혼자 연습하면서 벽에 공을 던지고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올라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불펜의 활약에 대해 “이렇게까지 해주리라 생각도 못했다. 경험이 적은 점이 우려됐는데, 이제 그런 것도 없다”며 웃었다.
불펜도 불펜이지만, 강력한 선발야구도 초반 kt의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선발 평균자책은 1.44로 6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라이언 피어밴드(2승, 평균자책점 0.56)와 로치(2승, 평균자책점 2.77) 외국인 원투펀치가 든든히 마운드 중심을 잡고 있다. 피어밴드는 9일 경기서 9이닝 11탈삼진 무실점 완봉 역투를 펼쳐 kt 구단 통산 2호 완봉승도 선물했다. 여기에 정대현이 2경기 2승 평균자책 0(11이닝 무실점)으로 깜짝 활약하고 있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선발야구다 돼야 계산이 선다”며 “초반 상승세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중심으로, 선발 야구를 펼치고 있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안정적인 수비도 kt의 달라진 점으로 꼽았다. 이 위원은 “실책이 2개뿐인데, 실책성 안타가 적다는 게 더욱 고무적이다. 타고투저 시기에도 문제가 됐던 게 실책성 안타다. 인플레이 타구가 많아졌다는 게 단순히 타구질이 좋아졌다고 하기 보다는 수비 범위가 좁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kt수비는 범위도 넓고 안정적이다”라고 분석했다.
↑ 3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t위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kt위즈가 선발 로치의 6이닝 2실점의 호투속에 3-2 승리를 거뒀다. kt 김진욱 감독이 팬들에게 승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 “목표는 없다” 조심스럽지만 즐기는 kt야구
하지만 kt는 이런 칭찬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정명원 투수코치는 초반 마운드의 위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얼마 안 했는데 우리 마운드 실력이 좋아졌다고 하기는 좀 힘들다”며 “작년에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조금 좋아진 게 크게 보이는 것 같다. 초반 대진이 타격 떨어져있는 팀들이랑 한 부분도 크다. 운칠기삼이라고 보고 이렇게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고 냉정하게 바라봤다. 김진욱 감독도 “투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너무 잘하려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불펜투수들은 평균자책점이 0인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는데, 0의 행진이 너무 오래가는 것은 오히려 불안요소다. 첫 실점이 나온 뒤 어떨 지가 중요하지 않겠나. 어떤 면에서는 불펜에서 첫 실점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초반 kt의 상승세는 좋은 팀 분위기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김진욱 감독은 ‘소통’을 강조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김 감독은 “기본 실력은 어느 정도 있는 선수들이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감도 가졌다. 무엇보다 결과에 너무 얽매이지 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31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의 개막전을 앞두고도 “올 시즌 목표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초반 상승세에 혹시 목표가 생겼는지 몰라 다시 질문하니 “미안하지만, 초반에 좋다고 해서 없던 계획이 생기지는 않는다. 144경기는 생각보다 더 길다. 시즌 끝날 때까지 목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초반 기세가 시즌 운영을 하는데 수월하긴 하다. 2010년대 들어 10승을 선점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2013년 KIA타이거즈가 유일하다. kt의 상승세를 달리 볼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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