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107-109로 뒤진 상황,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LA레이커스 가드 디안젤로 러셀(21)은 왼쪽 외곽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팀 동료 쥴리우스 랜들이 건내준 공을 받아 바로 슛을 던졌다. 한 번 림을 맞고 튄 공은 그대로 림에 빨려들어갔다.
레이커스는 10일(한국시간)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홈경기에서 러셀의 이 버저비터에 힘입어 110-109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 기쁨 속에는 사실, 깊은 슬픔이 숨겨져 있었다. 러셀은 이날 경기 전 할머니의 부고를 접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구단 중계방송사인 '스펙트럼 스포츠넷'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알렸다.
↑ 레이커스 가드 디안젤로 러셀은 할머니를 잃은 슬픔을 딛고 경기에 출전, 팀에게 극적인 승리를 안겼다. 사진=ⓒAFPBBNews = News1 |
기자회견에 참석한 루크 월튼 감독은 "아침에 이 문제로 논의를 했다. 원래는 러셀이 경기에 나서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뛰고싶다고 문자를 보냈고, 그에게 선택을 맡겼다"며 경기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러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할머니가 내가 뛰는 걸 원하실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 형제들 모두 내가 뛰는 것을 원했다. 나는 농구에서 잠시 떨어지고 싶었다. 경기중에 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이것(뛰는 것)밖에 없었다"며 경기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할머니 장례를 위해 이날 비행기표를 예약했던 그는 가족들과 논의한 끝에 이를 취소하고 팀에 남기로 결정했고, 극적인 버저비터 골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날 경기가 레이커스 입단 이후 가장 감동적인 경기였는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신께서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하셨다"고 말했다.
러셀은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관중석에 있는 형제들을 먼저 찾았다. 이 장면을 지켜 본 월튼 감독은 "소름돋는 순간이었다. 제일 힘든 날을 맞이한 그에게 이보다 좋은 마무리는 없었다. 반대로 끝났다면 그에게는 정말 슬픈날이었을 것이다. 관중석으로 뛰어들어가 가족을 찾는 모습은 정말 특별했다"고 말했다.
2015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