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트레이 힐만(54) 감독은 지난해 11월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소통을 강조했다. 실제로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트레이의 남자로 불리며 마무리 자리를 꿰찬 우완 서진용(25)도 “분위기 메이커셨다”고 했고, 간판타자 최정(30)은 “감독님이 많은 얘기를 하시려고 했고, 대화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힐만 감독 스스로도 “팀 분위가 좋다”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를 맡았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힐만 감독은 한국 생활 적응도 무리없이 해 나가고 있다. 그는 26일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 최종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이제 김치도 먹을 줄 안다”며 웃었다. 힐만 감독의 말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라는 의미가 숨어있었다.
↑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에 SK 힐만 감독이 인사를 위해 한화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하지만 힐만 감독은 치밀한 남자다. 유연함 속에는 세밀함이 숨어 있다. 일본 닛폰햄 시절에도 힐만 감독은 세밀한 작전을 구사하며 동양야구를 잘 이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게 ‘사인 훔치기’에 대한 질문이 갔을 때 이런 치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사인 훔치기’는 민감하다. 그라운드는 전쟁터이고, 상대 작전을 간파하기 위해 사인을 훔치는 일은 예전부터 비일비재했다. 물론 사인 훔치기가 적발됐을 때는 살벌해진다. 곧바로 보복구가 날라 가면서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볼테면 봐라’는 듯 여유가 있었다. 그는 “시범경기를 통해 한 팀이 우리 사인을 훔치는 것을 봤다. 그래서 더 훔치라고 사인을 냈다. 상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오히려 그 팀이 ‘남의 팀 사인을 훔치는 팀이구나’라는 좋은 정보를 갖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런 여유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힐만 감독은 “우리 팀 사인 체계가 간파될 만큼 간단하지 않다. 복잡하기 때문에 사인을 훔쳐 간다고 해도 쉽게 알 수 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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