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뉴스팀] 로드FC 데뷔전을 앞둔 천선유(28·팀파이터)의 목소리는 너무나 담담하고 차분했다.
천선유는 2월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XIAOMI ROAD FC 036 여성부 무제한급 매치 경기를 갖는다. 상대는 일본의 프로레슬러 출신 요시코 히라노(24·SEAdLINNNG)다.
천선유는 2015년 MMA에 입문했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김훈 관장의 추천으로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김훈 관장의 예상대로 천선유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171cm, 65kg의 탄탄한 체격으로 ROAD FC 센트럴 리그, 입식 격투기 대회를 거쳐 지난해엔 홍콩 IMPI 대회에 출전해 프로 데뷔전까지 치렀다.
“운동 시작한 지 이제 3년 차가 됐어요. 지난해 목표는 프로시합 데뷔였는데 이뤄냈고, 올해는 ROAD FC 데뷔를 새해 목표로 세웠는데 좋은 기회를 얻어 생각보다 목표를 빨리 이루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예상보다 빨리 잡힌 ROAD FC (로드FC) 데뷔전에 긴장이 될 법도 하지만 천선유는 자신감이 넘쳤다.
“시합 잡혔다는 이야기 듣고 꿈인 줄 알았어요. (웃음) 갑작스럽긴 했지만, 뒤로 빼고 싶지는 않았어요. (김훈) 관장님도 저와 같은 마음이셨던 것 같아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천선유의 ROAD FC (로드FC) 데뷔전 상대 요시코 히라노는 ‘안면함몰’이라는 끔찍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선수다.
요시코 히라노는 지난 2015년 2월 일본 프로레슬링 단체 ‘스타덤’ 경기 도중 상대의 얼굴을 맨주먹으로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합을 맞춰 경기를 치르는 프로레슬링의 일반적인 룰을 깨고 실제로 상대 선수를 폭행한 것. 결국, 요시코 히라노의 상대는 안면이 함몰되고 시각에 이상이 오는 등 심각한 부상으로 은퇴해야 했다.
이 사건은 당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작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요시코 히라노가 로드FC로 종합격투기에 데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 상대는 바로 천선유였다.
천선유는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요시코 히라노의 행동에 분노했다. 천선유는 “굉장히 비매너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운동을 하고 있고, 같은 길을 가야 할 동료에게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선수 생활은 물론 인생 자체를 망가뜨렸다고 생각합니다. 용서할 수 없어요.”라며 요시코 히라노의 논란이 됐던 과거 행동에 대해 비난했다.
계속해서 천선유는 “무방비가 아니라 준비가 되어있는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방어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우선 레슬링 방어를 가장 먼저 신경 쓸 것이고, 타격으로 거리조절을 하면서 타격전으로 끌고 갈 생각입니다.”라고 요시코 히라노戰 전략을 공개했다.
천선유와 요시코 히라노의 경기는 무제한급으로 치러진다. 말 그대로 체중에 대한 제약이 없다. 선수들이 체중조절을 위해 힘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천선유는 무제한급의 이점을 잘 활용해 경기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제 평균 체중이 65kg이다 보니까 팀 동료들이 저는 체급이 없다고 무제한급 나가라고 놀리곤 했는데 말이 씨가 됐어요. (웃음) 상대는 저보다 더 몸이 무거운 만큼 빨리 지칠 것으로 생각해요. 프로레슬링과 다르게 종합격투기는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할지 모르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제가 충분히 지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체중감량이 없는 만큼 최상의 몸 상태로 출전할 테니 자신 있습니다.”
꿈꾸던 로드FC 데뷔를 코앞에 둔 지금. 더구나 상대에게 큰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천선유는 기회가 찾아온 지금을 즐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천선유는 상대 요시코 히라노에게 “MMA를 겪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이번 경기는 프로레슬링이 아닌 MMA 경기에요. 프로레슬링과 분명 다를 것이고, 잘 준비해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도 경기를 보러 와주신 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비매너적인 행동은
‘덩치가 좋다’는 주변의 말이 자신을 여자이기 전에 선수라고 봐주는 것 같아 듣기 좋았다는 천선유. ‘파이터’ 천선유의 멋진 데뷔전을 기대해 보자.
사진=로드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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