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2008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박태환(27·팀지엠피)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 투쟁은 법적으로 완전한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어느덧 대회는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최근 성적은 입상권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리우 출전권 완전 획득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8일 오후 대한체육회에 “리우올림픽 출전권에 대한 박태환의 항소를 받아들여 ‘긴급잠정처분’을 내린다”고 통보했다. 올림픽파크텔에서 8일 오전 열린 제4차 대한체육회 긴급 이사회에서 “‘도핑징계가 끝나도 국가대표 발탁을 추가로 3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자체규정보다 CAS의 결정이 먼저”라는 결론이 도출됐기에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 합류한다.
박태환은 2014년 9월3일 세계반도핑기구(WADA)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어 세계수영연맹(FINA)으로부터 2016년 3월2일까지의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자격 회복 후에도 대한체육회가 리우올림픽을 허락하지 않자 CAS 항소뿐 아니라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 제21 재판부(염기창 부장판사)에 ‘국가대표 선발규정 결격 사유 부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1일 “박태환의 국가대표 결격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가처분을 100% 인용했다. CAS도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인정하여 ‘긴급 잠정처분’을 내렸기에 국내외 모든 걸림돌이 제거됐다.
■메달 논할 수 없는 호주 GP 기록
물론 박태환이 사법공방에 직접 나서진 않았다.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6월3일 호주 전지훈련을 떠났다. 출국장 인터뷰에서 “400m 개인기록경신을 목표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박태환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자유형 400m 예선에 임하고 있다. 사진(문학박태환수영장)=옥영화 기자 |
박태환은 지난 1~2일 브리즈번어쿠애틱센터에서 열린 ‘2016 호주수영그랑프리’ 자유형 100·200·400m에 출전했다. 그러나 개인 신기록은 고사하고 리우올림픽 입상은 언감생심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호주선수권대회 챔피언이자 2016시즌 세계 1위 맥 호턴(20)과의 400m 맞대결을 주목한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호주그랑프리 박태환 종목별 최고기록을 보면 100m는 이번 시즌 세계 149위, 200m는 162위, 가장 나은 400m도 48위에 그쳤다. 올림픽 메달이 아닌 예선통과를 걱정할 상황이다.
■페이스 조절능력도 상실
세계 정상급 선수라면 예선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본선 진출할 정도만 한 후에 비축한 체력을 결선에서 쏟아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호주그랑프리 100·200m 결선 기록이 예선보다 저조했다. 제15회 도하아시아경기대회 3관왕을 시작으로 지난 10년 동안 메이저대회를 숱하게 경험한 베테랑이 기본적인 페이스 조절에도 실패한 것이다.
■심리적·신체적 준비 미비
이유는 정신과 육체 모두 있을 만하다. 리우올림픽 참가자격을 취득하기까지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경기력이 악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징계 종료 후 첫 국제대회에서 건재를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을 것이다. 이 여파로 지구력 훈련 효과가 평소보다 떨어졌거나 경기 체력이 평소보다 빨리 고갈됐을 법도 하다.
그러나 지금 리우올림픽 ‘결과’가 절실한 것은 박태환 본인이다. 이제 28일이 지나면 리우올림픽 수영종목이 시작한다.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메달을 꿈꿀만한 기량을 되찾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
■복귀전 넘어야 입상권
박태환은 지난 4월 25~28일 ‘리우올림픽 경영국가대표 2차 선발대회’를 겸하는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서 출전 전 종목 우승이라는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당시 400m 3분44초26은 9일 기준 2016시즌 세계 6위에 해당한다. 200m 1분46초31는 13위, 100m 48초91은 51위로 호주그랑프리보다는 유의미하게 낫다.
18개월의
리우올림픽에서 체면치레라도 하려면 동아수영대회 수준의 실력은 필수다. 입상을 노리려면 복귀전보다 잘해야 함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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